[김정일 조기訪러說]내친 김에 러시아까지?

  • 입력 2001년 1월 22일 16시 37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최근 중국을 기습 방문했던 것처럼 곧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모스크바 외교가에 나돌고 있다. 러시아 외교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예측하기 힘든 러시아와 북한의 외교행태 때문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하이 경제특구 시찰을 통해 사회주의 제도내에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관해 여러 생각을 했을 김위원장이 내친 김에 러시아 극동지역도 둘러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위원장의 방러 계획은 4월 이후로 당초 잡혀 있었다. 지난해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데 대한 답방 형식이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9일 “양측은 김위원장의 방러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방문시기는 서로 편한 시기로 합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김위원장의 ‘전격 방러’ 시나리오는 2월 중 열차편을 이용해 러시아의 극동이나 시베리아를 비밀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이다. 2월말 푸틴 대통령의 한국방문에 앞서 김위원장이 러시아 행을 바라고 있기 때문. 적어도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만큼은 북한이 한국보다 우위라는 점을 확인받으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외교당국은 김위원장이 조기 방러를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동할 때 비행기 대신 열차를 이용하는 김위원장이 거리가 먼 모스크바보다는 극동이나 시베리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를 원하고 있으며 밤이 길고 추운 겨울이 오히려 보안유지와 경호에 편하다는 점 등도 ‘전격방문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김위원장은 의전이나 외교 형식을 따지지 않는 성격이라 여건이 맞으면 이러한 전격적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9일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런 종류의 방문에 대해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으며 김위원장은 러시아를 공식 방문해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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