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촛불을 켠 게 아니었다. 전력 부족으로 오후 7시부터 금강산호텔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탓이었다. 북측은 긴급 복구를 시도했으나 복구 작업이 여의치 않자 오후 7시반경 만찬장에 촛불을 켰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니 난방장치 또한 가동되지 않았다. 난처해하는 북측을 배려해 남측 대표단은 “촛불 아래서 식사를 하는 것도 운치가 있어 좋다”고 말했지만, 숟가락을 든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금강산 한파’ 속에서의 ‘촛불 만찬’은 2시간 동안이나 계속됐다. 전기가 들어온 것은 만찬이 다 끝나갈 무렵인 오후 9시반경이었다.
남측 대표단을 움츠리게 한 것은 매서운 추위뿐만이 아니었다. 회담 분위기도 찬바람이 감돌았다. 첫날 서신 교환과 2차 생사 확인 일정 등에 선선히 동의했던 북측은 이날 면회소 설치와 관련해서는 ‘금강산 임시면회소 설치’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하태원기자·금강산〓공동취재단>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