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당초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2월 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2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정부와 민주당 자민련의 확대당정회의의 결론도 ‘광범위한 의견 수렴 후 개정’으로 모아졌다.
이날 김 대표는 ‘신남북시대의 개막과 국가안보’란 주제의 재향군인회 강연에서 “국보법은 제정 당시 입법취지와는 달리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며 상당부분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만큼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북간에 경제교류가 많은데 상당부분 국보법과 충돌돼 어려움이 있다”며 “새로운 남북공동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데 저촉되는 것을 정리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국보법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지키는 국가안전에 관한 법률”이라며 “법 개정을 서둘 필요가 없으며 서둘러서도 안된다”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4·3사건 불순세력 개입"▼
김대표는 또 제주 4·3사건에 대한 질문에 “이 사건은 당시 남로당이라는 불순세력이 개입해서 발생했다는 것은 천하공지의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불순 좌익세력들이 일으킨 폭동에서 선량한 시민들이 희생당했다는 것이며 선량한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명예회복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훈(李相薰) 재향군인회장은 “김 대표는 시대가 변했다고 했으나 북한의 군사적 냉전적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국보법 개정이나 폐지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시기를 미루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도 확대당정회의에서 보고를 통해 “완전폐지론에서부터 개정불가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각계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심도있는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민주당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자민련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은 회의 후 “분위기를 보니 국보법이 2월 임시국회에는 못 올라갈 것 같다”며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전에 보안법을 처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북도 통치차원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개정이 안되더라도 답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