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사 앞에서 분신하고 싶었다"

  • 입력 2001년 2월 7일 17시 27분


당시 지하철에 동승했던 성창희·정지은·위정순씨(왼쪽부터)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당시 지하철에 동승했던 성창희·정지은·위정순씨(왼쪽부터)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하철 민심탐방 연출' 공방과 관련해 민주당측이 민심조작쇼에 동원된 '전속모델'이라고 주장했던 당사자들이 7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여대생 정지은(鄭旨恩·22) 위정순(魏正順·22)씨와 전직교사 성창희(成昌姬·52)씨 등 3명. 성씨는 제주도 여행을 위해 김포공항으로 가던 길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비행기표와 제주도 여행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1일 지하철에서 이총재를 어떻게 만났나.

▽위씨= 영등포구청 근처의 한 회사에서 대학 동아리친구인 지은이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날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길이었다. 1월2일에도 출근길에 이총재를 만났는데 또다시 만나게 돼 반갑게 악수를 나눴을 뿐이다.

이총재 민생탐방(2월)

이총재 2월 민생탐방(KBS 화면촬영)

이총재 민생탐방(1월)

이총재 1월 민생탐방(KBS 화면촬영)

-두번이나 계속해서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위씨= 매일 아침 지하철 5호선 군자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지은이와 지하철 두 번째 칸 앞에서 만나 출근을 해 왔다. 우연한 일인데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부풀려지고 서로 싸우는 것을 보고 정말 황당했다.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TV에 '정모양 친구로 추정'이라는 자막이 나오고 친구들이 '너 돈받았어'라고 물어와 해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씨= 남자친구가 TV를 보고 화가 나서 PC통신에 글을 올리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전화를 걸었다. 정치인들이 이런 일에 신경쓰지 말고 국민을 위하는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명예훼손을 당한 셈인데 법적으로 대응할 용의는 없나.

▽성씨= 당대당 싸움에 모델로 둔갑하게 돼 기분이 나쁘다. 남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고 사는 무고한 소시민을 온국민 앞에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어제 TV를 보고 난뒤에는 너무 분해서 '민주당 당사 앞에 가서 분신자살이라도 할까'하는 생각까지 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이 한마디 사과는 해야 한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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