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국회부의장인 김대행이 연설자로 나섬으로써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단의 일원이 특정 정파의 교섭단체 대표로 연설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한나라당은 ‘주례가 신랑석에 서는 격(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관련기사▼ |
자 민련 김 대행 국회연설 |
김대행은 이날 정치안정과 민생우선을 강조하면서도 대북문제와 노사문제 등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음은 연설요지.
▼정당 지구당제 없애자▼
▽정치안정과 정치개혁〓민생을 제쳐놓고 허송세월만 하는 정치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소모적인 정쟁을 거둬야 한다. 안기부 국고자금의 총선사용 의혹은 대표적 정치부패 사례다. 내각제는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이 드는 대통령선거의 폐단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100% 선거공영제와 부패단절을 위한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정당운영도 지구당제를 폐지하고 중앙당을 줄여서 돈 안드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교섭단체 의원정수를 전체 의석수의 5%(14석)로 낮춰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정치권 진입로를 열어야 한다.
3당 대표 국회 연설내용 비교 | |||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 한화갑 민주당최고위원 | 김종호 자민련총재대행 | |
정치개혁 | 정쟁중단, 제도화된 정치개혁 | 정쟁중단, 법과 원칙 통한 신뢰회복 | 정쟁중단, 정치혁신위 구성 |
‘안기부 돈’사건 | 정치보복 | 국고횡령사건 | 대표적 정치부패 사례 규정 |
국가보안법개정 | 시기상조, 북한의 노동당규약·형법 개정과 상호주의 | 여야 협의와 국민동의 거쳐 추진 | 시기상조, 적대관계 해소·국민 동의 필요 |
대북정책 | 끌려다닌다 | 끌려다니지 않았다 | 일방적 지원 자제해야 |
언론세무조사 | 언론위축·제압 목적, 언론탄압 중단해야 | 언급 회피 | 예외불가, 언론자유 침해·위축 없어야 |
경제구조조정 | 신관치·정경유착 시정해야 | 부실기업주 은닉재산 끝까지 추적 | 구조조정 필요, 노사 고통 감수해야 |
▽경제 살리기〓4대 구조조정은 욕을 먹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으로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구조조정을 저해하거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기업합병 시 고용승계 의무화’ ‘근로시간단축’ ‘모성보호강화’ 등의 입법조치는 국가경쟁력 회복 때까지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의한 부실기업 퇴출을 저해하고 국민부담을 지우는 워크아웃제는 재검토해야 한다.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따라 공적자금의 사용을 엄격히 해야 한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노조의 집단행동에는 충분한 설득과 원칙에 입각해 대처해야 한다. 미봉책으로 해결하거나 정치적 고려에 따른 대중 인기영합주의는 안된다.
▼교원정년 63세로 늘려야▼
▽교육 복지 등〓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입제도를 대학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고쳐야 한다. 교원정년단축을 재검토해 현행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해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40, 50대 가장(家長)실업자, 청년실업자 등에 대한 신속한 대책을 세우고 ‘농어업재해대책법’을 조속히 제정해 농어민을 감싸 안아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로연금을 확대하고 민간단체 부담에 의존하고 있는 13종의 경로우대제도에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의약분업제도를 적극 보완해야 한다.
▽대북정책〓북한과의 화해 교류 협력추진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빌미로 국가안보를 해하려는 어떤 기도도 용납할 수 없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 이후 안보태세가 이완됐다. 통일은 조급하게 덤빌 일이 아니다. 적절한 속도로 추진해 위험과 부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적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북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굳건한 공조틀을 재정비해야 한다. 보안법은 국가와 민족의 생존권을 지키는 특별법이다. 북한이 노동당규약과 형법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우리만의 개정은 시기상조다. 북한이 먼저 적화통일전략과 대량살상무기개발 등 공격적인 군사력을 포기, 남북간 적대적 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고 국민의 공감대와 동의가 뒷받침될 때 개정해도 늦지 않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