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공동규칙 합의]남북 군사분야 '공조' 첫발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53분


남북이 8일 5차 군사실무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관리구역 공동규칙’에 합의함으로써 남북간 군사적 신뢰 구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먼 듯하다.

▽DMZ 공동규칙 합의의 의미〓이날 합의는 지난해 9월 1차 국방장관회담에서 ‘쌍방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공동보도문을 낸 이후 남북이 일궈낸 첫 군사적 결실이다.

비록 4개월 반이나 걸린 더딘 협상이었지만 남북 군사당국자들이 마주 앉아 처음으로 공동 협력사업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반세기 동안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해온 반목과 대결의 현장인 DMZ에서 남북 군인들이 공동사업을 위해 자유로이 드나든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징성이 크다.

특히 공사현장 책임자간에 유선 2회선과 팩스 1회선을 설치키로 합의해 제한적이나마 남북 최초의 ‘군사 직통전화(핫라인)’를 놓게 됨으로써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향후 군사회담 전망〓남북은 이날 회담에서 DMZ 공동규칙에 완전 합의하고도 서명형식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당초 북측은 2차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서에 서명하자고 먼저 제의했으나 이날 입장을 바꿔 양측 국방장관이 각각 서명한 후 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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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지뢰제거 동시 착수

다만 남측은 경의선 공사를 우선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합의서 서명방식에 대한 북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2차 국방장관회담의 개최 시기는 남측이 예상해온 2월말이나 3월초보다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방장관회담에서 △군 수뇌간 군사직통전화 설치 △군사훈련의 상호통보 및 참관단 교환 △국방장관회담 정례화 등을 제기해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문제를 본격 의제화하려던 남측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남북 군사회담 관련일지

2000년 6월15일6·15 남북공동선언
7월29∼31일1차 장관급회담, 경의선 단절구간 연결 합의
8월29일∼9월1일2차 장관급회담, 문산∼개성간 도로 개설 합의
9월25∼26일1차 국방장관회담, 경의선 복원을 위한 군사실무문제 논의 합의
11월17일북―유엔사 장성급회담, 비무장지대(DMZ) 남북관리구역 설정 합의
11월28일1차 군사실무회담, 관리구역 공동규칙에 대한 남측 합의안 전달
12월5일2차 군사실무회담, 북측 검토안 제시
12월21일3차 군사실무회담, 남측 수정안 제시
2001년 1월31일4차 군사실무회담, 북측 수정안 제시
2월8일5차 군사실무회담, 합의서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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