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회의장,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저는 지난해 7월초 개원국회에서 우리 정치권이 16대 국회에서 해야 할 최우선적 과제는 '국민으로부터의 신뢰회복'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黨利黨略에 따른 정쟁과 파행을 하지 말 것과 정치권내의 不正腐敗를 과감하게 剔抉할 것을 강력하게 역설했습니다.
또한 우리 국회가 21세기 중에 한반도 평화통일의 실현과 지식정보혁명을 통한 세계일류국가 건설의 주체 역량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였고, 그렇지 못할 경우 최소한 백년전 개화와 개혁을 가로막음으로써 비극의 민족사를 초래한 조선말기 수구세력과 같은 역사적 죄인이 되는 것만은 피하자고 간절히 제안한 바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원여러분!
6개월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 정치권은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그리고 우리 정부는 얼마만큼 개혁적이었습니까?
특히 구태의연한 정치관행의 타파와 국정전반의 철저한 개혁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지지기반으로 하여 이번 국회에 진입한, 저를 포함한 많은 초·재선 의원들조차도 과감한 개혁과 國利民福을 위하여 과연 얼마나 헌신적이었나에 대하여 솔직히 자괴감이 앞섭니다.
그러나 현실을 불평하고, 남의 잘못을 탓하고만 있기에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현실과 국민들, 특히 직장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실직자나 중소기업인, 영세자영업자, 농·어민등 서민들의 고통이 너무도 심각합니다.
안으로는 정치권의 끊임없는 정쟁과 파행, 4대부문 구조개혁에 따른 집단 이기주의의 불법적 표출, 투자감소, 소비심리 위축등 사회적·경제적 불안요인, 그리고 밖으로는 미국경제의 침체조짐, 유럽경제의 위축, '잃어버린 10년'의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날 줄 모르는 일본 경제, 부패와 끊임없는 정쟁속의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남미국가들의 경제적·사회적 위기국면등이 대외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에게 복합적 악재로 작용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21세기 글로벌경쟁시대(Global Competition Era)에서 선진국가로 도약해야 할 역사적 과업을 부과받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민주주의·경제회복·통일안보·정치개혁·부패구조의 근절·민생안정·IT혁명·복지확충등 다양한 가치와 정책을 추구하고, 또 실현하여야만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이 모든 가치나 정책목표는 사회적 신뢰의 회복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인데, 사회적 신뢰는 법과 원칙에 충실한 '작지만 강한 정부'를 바탕으로 일관된 구조개혁을 추진함으로써만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평소 신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무총리에게 묻겠습니다.
첫째, 우리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작으면서도 강한 정부'의 구현을 천명하였습니다. 이는 과거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원인인, 고비용 저효율의 방만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정부 관료조직을 뼈저리게 반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총리!
국민의 정부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청와대, 내각, 공기업조직 어느 곳 하나 과거 정부에 비하여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평가될 수 있을 만큼 구조조정이 제대로 단행된 조직이 있습니까?
조직의 비대화는 결국, 부처이기주의에 따른 예산의 중복편성으로 인한 국민부담 과중, 책임 떠넘기기 조장 등 폐해만 가중시킬 따름입니다.
영국의 대처수상은 '자유경제'와 '작지만 강한 정부'를 두 축으로 하여 만성적 영국병을 치유하는 데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작지만 강한 정부'에 대한 총리의 실천의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작지만 강한 정부」의 실천은, 규모의 축소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과감한 인사의 개혁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국민의 정부를 출범시킨 국민들의 여망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는 달리 민주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강한 추진력이 있는 인물들이 국가의 요직에 두루 발탁되어 각 분야의 구조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청와대와 내각에는 5·6공에 이어 YS정권까지 오락가락하면서 기회주의와 보신주의에 이골이 난 인물들이 상당수 기용되어 있는가 하면, 정부투자기관에는 그 조직에 대한 장악력이나 전문지식으로 무장된 리더쉽이 전혀 없는 인물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국민들은 실망감에 더하여 개탄의 소리가 높습니다.
최근 야기된 정부재투자기관인 한국부동산신탁 부도로 인한 피해자의 양산사태는, 비록 과거정권에서부터 비롯되었지만 현정권에서도 바로잡지 못한 잘못된 인사가 빚어낸 불행한 사태입니다.
13대 정부투자기관장 가운데 역대 정권에서 95%가, 그리고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서도 82%가 비전문 정치인 또는 상급 감독기관 출신 관료들로 충원되었다는 사실은 인사개혁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내각과 정부투자기관들에 대한 철저한 개혁적 인사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 점에 대한 총리의 실천의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작금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 시민단체들도 경쟁적으로 제도의 개혁과 개혁입법을 서두르고 있는 현상입니다.
잘못된 구습의 타파와 이를 위한 개혁입법의 추진은 시대적 요구이고, 시기적으로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것은, 정치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편하고 잘살게 하는 것이고, 모든 제도와 법의 기본 목표는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선진국에서 그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취약하여 오히려 부작용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국민 정서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여, 법과 현실의 괴리현상만을 빚을 뿐인 그런 제도와 법은 만들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자금세탁방지법이나 FIU (금융정보분석기구)법제정의 경우, 국민경제의 4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지하경제의 음성자금이 금융기관을 매개체로 하여 양성의 기업자금화되는 길목에서, 이 법들을 엄격하게 적용했을 때 국내 금융기관의 회피, 또는 자금경색등 경제적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비책도 없이 개혁입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졸속처리함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판단됩니다.
일건주의나 실적주의에 급급한 개혁입법의 졸속추진은 우리사회를 국민적 준법의식이 따르지 못하는 '제도만의 천국'으로 만들어, 오히려 국민들에게 고통만을 안겨 줄 뿐이므로 지금 당장 채택할 제도와 중·장기적으로 채택이 검토되어야 할 제도들을 잘 선별하여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데 이에 대한 총리의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로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하여 묻겠습니다.
정부의 개혁정책은 신중하게 검토하여 채택하되, 일단 시행하기로 하였으면 수미일관 강력하게 집행되어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시행된 의약분업정책이나 교육정책은 이런 관점에서 많은 아쉬움과 함께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던 점을 反面敎師로 삼아, 지금 추진되고 있는 대북정책이나 각종 구조개혁 정책은 신중한 검토와 아울러 확고하고도 일관된 추진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아미티지 보고서(Richard Armitage's Report)에서도 나타나듯 '미국적 국제주의 (American Internationalism)'로 표방되는 '힘을 통한 평화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과 관련하여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대북정책을 어떻게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최근 현대계열 기업에 대한 지급보증 또는 출자전환문제와, 산업은행을 통한 부실기업의 회사채 인수문제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언급은, 철저한 시장원리에 입각한 구조개혁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일관성있는 정책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총리의 실천의지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작지만 강한 정부의 실현'이나 '강력한 구조개혁의 추진'은 법과 원칙에 입각한 강력한 공권력의 확립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은 명백한 이치입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 성역없는 사정으로 이러한 부패구조를 청산하겠다고 외쳤지만 그것은 한낱 구호에 그쳤을 뿐 개혁의 대상·사정의 대상인 인물들을 사정수사의 요직에 앉혀놓은 잘못된 인사로 말미암아 성역없는 사정은 실패로 끝났을 뿐 아니라, 그 뒷구석에서는 대통령의 아들이 기업인들로부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치자금조성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받아먹는 또다른 부패구조를 연출해 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최대 공적이요, 우리 정치권의 최악의 병폐인 부패구조의 청산에 대한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의 검찰의 의지에 대하여 지금 국민들은 대단히 실망하고 있습니다.
검찰권은 조세권과 더불어 국가가 국가로서 존립하기 위한 양대 공권력 작용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정치권 부패사건에 대한 검찰권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당사자들은 정치보복이니 표적수사니 하는 식으로 사건의 실체를 호도하여 왔습니다.
무릇 어떤 특정 범법자에 대하여 수사를 하게 되면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자가 그 반사적 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수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는 사항입니다.
하다 못해 불법을 일삼은 유흥업소 하나를 수사하더라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옆집 유흥업소는 반사적인 득을 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때로 법집행기관은 그 반사적이익을 받는 업소와 유착관계에 있다는 모함도 받습니다.
그렇다고 검사가 모함이 두려워 수사 못합니까? 만약 그 지경이 된다면 이 사회의 기강은 물론이고 국가의 존립 조차도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모든 부패범죄수사는 본래 표적수사인 것입니다. 수입에 비하여 지출이 지나치게 과다하고 평판이 나쁜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선별하여 그를 표적(Target)으로 삼아 내사를 하여 증거를 찾고 혐의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모든 부패범죄수사의 正道인 것입니다. 미국도 그렇고 모든 선진국들이 다 그렇게 수사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과연 부정을 저질렀는가' 또는 '어떤 내용의 부정을 저질렀는가'에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에 의한 천억여원대의 국가예산횡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를 두고 표적수사니 정치보복이니 하면서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 있는데, 법무부장관은 이 사건의 수사 착수 배경에서부터 밝혀진 범죄사실까지 그 진상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검찰은 구체적 수사를 통하여 부정부패를 밝혀내고 이에 상응하는 형사처벌과, 아울러 부정한 이익의 박탈을 통하여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국가 유일의 기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검찰의 수사는 법집행의 실효성과 형평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고 법과 원칙의 확립을 통한 강한 정부의 실현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검찰의 수사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적 주범으로 지목된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 강삼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계류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어떤 난관을 극복하고서라도 피의자를 검찰청에 소환하여 천억여원에 이르는 돈의 성격, 배분과정, 관련 공범에 대한 엄중추궁을 통하여 검찰권이 살아 있음을 국민앞에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전격 불구속 구공판한 소치하며, 또한 이 사건과 관련된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 6명에 대하여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보여준 법집행 방해행위등은 법과 질서가 확립된 선진민주국가에서는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후진국적 행태라고 여겨집니다.
같은 범죄라도 그 신분이 정치인이거나 정당인일 경우 그 수사방법과 법집행 방법이 일반 국민들의 범죄행위 수사와 달라져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리 부정부패없는 투명한 사회를 외쳐보아야 공염불이 될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이치가 아닙니까?
이점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搜査觀 내지 檢察觀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국고를 선거자금으로 유용한 사건이든 부실기업 또는 퇴출금융기관사건이든 모든 부정부패사건에 있어서 검찰의 궁극적 정의실현은 범죄행위에 대한 응분의 형사처벌과 더불어 이에 못지 않게 그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박탈이 실현되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는 한 우리사회에서 범죄는 결코 끊이지 않고 오히려 조장·확산될 따름일 것입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공직자 부패사범에 대하여 전재산 몰수와 더불어 정당한 재산에 대한 입증책임을 본인에게 주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정한 이익의 박탈은 소송등 법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겠지만, 도의적 관점에서 본인들의 양심에 기한 임의 환수방법도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는데 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견해는 어떠한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올림픽경기 가운데 400m 계주 종목을 가장 좋아합니다. 스피디한 역주와 매끄러운 바톤 터치는 운동경기가 아닌 힘과 조화의 극치, 한편의 드라마입니다.
수권정당은 임기동안 심혈을 기울여 역주하고 또 다음 정권에 매끄럽게 바톤을 넘겨주어야만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기 도중의 정책 또는 정권의 실패는 그 국가 전체를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자로 만듭니다.
일단 뒤쳐지게 되면, 우리는 산업사회로의 진입에 뒤쳐짐으로써 과거 백년동안 겪었던 불행과 수모를 또 겪게 될 것입니다.
복수정당체제의 민주국가에서 정당간의 선의의 경쟁은 무방하지만 악의적인 딴죽걸기나 정권의 실패를 음해, 조장하는 행위 따위는 우리 민족 모두를 공멸케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디, 금년 1년만이라도 엊그제 우리당 한화갑 최고위원께서 제안했고 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께서도 제안했듯, 여·야가 협상과 합의로 민생안정과 경제회생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과 그리하여 국민들로부터 실추된 정치인으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第218回 國會(臨時會) 2001. 2. 9
▼대정부 질문▼
△'작지만 강한 정부'의 구현으로 민생의 안정과 경제의 회생을 이루어 내자!
△정쟁의 중단과 부패척결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
△법과 원칙에 중심을 둔 강한 공권력의 확립은 구조개혁 성공의 선결조건이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 걸맞는 선진정치를 구현하자!
國會議員 咸承熙 (새천년민주당 서울 노원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