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99년 언론문건따라 조사 의혹"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3분


▼언론사 세무조사▼

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의 부당내부거래 및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질문자로 나선 여야 의원 11명 가운데 8명이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 중 한나라당 의원 4명과 자민련 의원 1명은 언론사에 대한 조사를 언론탄압으로 간주했으나 민주당 의원 3명은 적법한 조사라며 정부를 감쌌다.

고흥길(高興吉·한나라당)의원은 “이번 조사는 현 정권에 비판적인 ‘빅 3’를 겨냥한 표적조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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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99년 당시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작성해 여권에 전달한 ‘언론장악문건’에 ‘언론사 조사는 한꺼번에 진행시켜라’ ‘국세청과 공정위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며 “이번 조사는 오랫동안 준비한 기획조사”라고 단언했다.

고의원은 특히 “이번 조사 과정에서 신문사의 사주(社主)와 편집국 간부들의 계좌까지 추적하고 있다는 설(說)이 나돈다”며 사실 여부를 따지기도 했다.

남경필(南景弼) 손태인(孫泰仁·이상 한나라당)의원은 “이번 조사는 단일업종으로는 최대 규모의 인원을 동원한 노골적인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 85% 안팎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지한다”며 보다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신계륜(申溪輪)의원은 “언론개혁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고, 심재권(沈載權) 전용학(田溶鶴)의원은 “과거 정권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사용하여 많은 부작용을 가져왔으니, 이번에는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련 함석재(咸錫宰)의원은 “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목적과 동기가 순수하지 않으면, 그 정당성과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언급한 후 조사가 진행돼 언론 길들이기 방편이라는 오해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한동(李漢東)총리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일상적인 국세행정의 일환”이라며 “세금신고내용 성실도 평가, 탈루여부 조사 등 공평과세 목적 이외에는 다른 목적이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개헌론▼

9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권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개헌을 포함한 정략적 목적에 이용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김국방위원장 답방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강재섭(姜在涉·한나라당)의원은 “항간에는 여권이 김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이용, 개헌 등 헌정질서를 변화시키는 시나리오를 마련해 은밀히 조율 중이라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손태인(孫泰仁·한나라당)의원은 “김국방위원장 답방 시 남북연합제 수준의 통일방안이 합의된다면 정부는 향후 헌법의 권력체계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계획이냐”며 “남북문제를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남경필(南景弼·한나라당)의원은 “민주당 일각에서 대통령 중임제 및 정 부통령제 개헌론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며 개헌론에 대한 이한동(李漢東)총리의 소신을 물었다.

그러나 신계륜(申溪輪·민주당)의원은 “우리 헌법은 미래의 한반도시대를 대비하고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헌법이 돼야 한다”며 “권력누수 현상을 빚는 대통령 단임제, 남북교류와 탈냉전의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사항들에 대한 개정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충조(金忠兆·민주당)의원은 “전 국민의 85%가 찬성의사를 보이는 김국방위원장의 답방은 예정대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답방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서울평화선언’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총리는 “김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이용한 헌정질서 변화 시나리오 운운하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유언비어”라며 “통일방안 논의는 이번 답방 때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으며 화해와 신뢰 위에 장기적으로 논의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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