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5차 군사실무회담 말미에 유영철 북측수석대표는 갑자기 이 같은 내용의 ‘종결 선언문’을 낭독했다. 남측으로선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이에 남측 김경덕(金暻德)수석대표가 “북한도 ‘원쑤’라는 말을 쓰지 않느냐”고 강력히 맞받아쳐 회담장은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북측은 지난해 12월 말 3차 실무회담에서 ‘주적’ 개념을 거론하긴 했지만 이후 두 차례 더 열린 실무회담에서는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고 ‘비무장지대(DMZ) 관리구역 공동규칙’에 합의까지 했다. 그런 북측이 이번에는 합의서 서명 일정을 연기하자고 통보해 왔다.
정부는 일단 북측의 이 같은 태도를 국방장관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 한다기보다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시간 벌기’ 전술로 보고 있다. 3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또 국방장관회담을 연다 해도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에 대해선 별로 내놓을 것이 없다는 속사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주적 논쟁’이 남북대화에 예기치 못한 장애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 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 경의선 연결공사에 대한 북한 군부 내에 이견이 있고, 그 이견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