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4强 '그물망 정상 외교'

  • 입력 2001년 2월 14일 23시 10분


동북아시아의 정상들이 뛰고 있다. 남북한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 정상까지 21세기 동북아의 주도권 다툼을 위해 그물망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정상외교의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3월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인 2월26,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먼저 한국을 찾는다. 김 대통령은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복원을 꾀하는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을 부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김대통령은 3월 중순 리펑(李鵬)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맞아야 한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도 김 대통령 못지 않게 바쁘다. 김 국방위원장은 1월 방중(訪中)에 이어 4월 중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옛 소련 방문 이후 15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방문에서 두 정상은 다소 소원했던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노선을 펼칠 것에 대비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김 국방위원장과 미국이 추진 중인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반대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가 맞아 떨어져 양국 관계가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러의 대미 공동전선 구축 움직임에 신경을 써야하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3월 초 워싱턴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와 만난다.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동북아 지역에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를 구축하는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3월25일에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서 모리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복잡다단하게 교직(交織)되는 동북아 정상외교는 한미일 상호방위동맹과 북―중―러의 대미 공동전선 구축이라는 큰 그림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동북아 정상외교의 백미(白眉)는 상반기로 예상되는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따라 북―일 수교협상 및 북―미 관계 개선의 속도가 영향을 받고 결과적으로 동북아 정상외교의 큰 그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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