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한에 쇠고기 곧 지원할듯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21분


북한과 독일이 20일 베를린에서 독일 쇠고기의 대북 지원 협상에 착수, 광우병 감염을 우려해 도살되는 유럽 소를 북한에 원조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됐다.

독일 농업부 청사에서 열린 이날 협상에서 독일측은 북한내 쇠고기 분배의 투명성 등을 지원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북한 이익대표부측은 이미 분배의 투명성에 대한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어 독일 쇠고기의 북한 인도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와 독일 농업 외무 경제부 대표 등이 참석한 이날 협상에서 독일측은 독립적인 국제구호단체가 어떤 제약도 없이 북한 주민들에게 쇠고기를 투명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전문가들이 쇠고기 분배를 위해 필요한 북한내 인프라(냉동시설 등)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독일측은 또 “어떤 종류의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유럽연합(EU) 차원의 사전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우베 카르스텐 하이예 독일정부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북한 이익대표부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원조 물품의 분배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인도주의 단체의 북한 내 활동이 보장되고 있다”고 말해 독일의 원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한편 쇠고기 500t 가량의 대북 원조 방침을 공개한 스위스 정부 관계자는 20일 북한에 지원될 쇠고기는 안심과 갈빗살 같은 1등급 부위는 제외되지만 머릿골 등뼈 꼬리 눈 내장 등 광우병 감염 우려가 높은 부위를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밝혔다.

스위스 경제부 산하의 농림청 고위관계자는 20일 베른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와 면담한 자리에서 “대북 지원 쇠고기 부위 가운데 1등급 부위는 국내 시장의 수요 충족을 위해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유럽에서는 독일과 스위스에 이어 오스트리아도 대북 쇠고기 원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의 원조를 둘러싼 도덕적 논란과 북한내의 분배 투명성 및 냉동시설 부족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대규모 돼지 콜레라가 서유럽을 강타했던 97년에도 네덜란드가 콜레라 감염을 우려해 도축된 돼지고기를 북한에 원조하려 했으나 도덕성 논란과 돼지 콜레라의 북한내 전염 및 한국에의 확산 우려 등이 제기돼 무산됐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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