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돈 새국면]"안쓴 예산 은닉" "절대 불가능"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27분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이 안기부의 예산 불용액과 이자 조성과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한 해에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빼 썼다면 안기부 조직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정보위에서 “불용액과 이자로 충당돼 안기부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자합쳐 연 1000억원대"▼

▽‘예산 유출후 불용액 충당’ 주장은 근거 있나〓국정원은 “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유출된 예산은 불용액과 이자로 충당됐다”고 설명했으나, 한나라당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국정원의 설명은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는 추정 또는 확인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충당된 불용액 및 이자는 92년부터 누적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연도별로 얼마의 불용액과 이자를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예산 부족분으로 충당했는지는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어떤 자금으로 구멍난 예산을 메웠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이 사건의 공소 사실과는 무관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예산 모자라 늘 고생했는…"▼

▽예산 불용액과 이자 조성 가능했나〓국정원은 “94년 국회에 정보위가 설치되기 이전에는 안기부가 예산 불용액과 이자를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고 밝혔다. 93년까지는 국회에서 예산결산 심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회계상으로는 불용액과 이자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정리해놓고 실제로는 수백억원의 돈을 유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용예산과 이자가 연간 900억∼1100억원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안기부 내부의 자체 감독기능으로 인해 불용예산을 조성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엄삼탁(嚴三鐸)전안기부 기조실장의 말에 따르더라도 “예산이 항상 모자라 추경예산 등을 통해 더 달라고 요구했고, 선거자금으로 쓰일 정도의 예산을 조성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외부자금 유입가능성은 없나〓한나라당은 안기부가 관리했던 수천개의 계좌에 대통령의 통치자금이나 대선자금 잔여금과 같은 외부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한국당에 흘러들어간 돈에 외부자금이 섞여있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계좌추적 결과 95년 발행된 안기부 국고수표가 최초의 출발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정원도 “당시 회계관계관에 대한 조사와 계좌 확인과정에서 외부자금 유입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국정원은 “안기부가 관리했던 모든 계좌에 대해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이 설명은 ‘신한국당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인출됐던 계좌’에 한정된 것인 듯하다.

이를 가려내는 것은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안기부가 관리해온 계좌가 8000여개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 계좌에 외부자금이 유입됐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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