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도 “클린턴 정부 시절 독립변수로 운영되던 대한반도정책이 부시 정부에서는 동아시아정책의 종속변수로 다뤄지고 우선순위도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특별취급' 중단▼
▽북―미 대화 정체 예상〓클린턴 정부 때는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특사와 북한의 김계관(金桂寬)외무성 부상이 북―미간 대화채널로 작동했다. 이 채널은 양측 현안을 전반적으로 협의하는 ‘총무회담’으로서 두 사람의 영문 이니셜을 딴 ‘K―K라인’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지난해 9월 윌리엄 페리 조정관의 후임으로 임명되자마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을 성사시키고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추진하는 등 북―미 관계 개선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이처럼 북한을 ‘특별히’ 다루지 않고 동아시아정책을 총괄하는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대한반도정책도 전담토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켈리 차관보를 만났더니 ‘과거 동아태차관보가 4자회담과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TOCG)의 미국측 대표를 모두 맡았다’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하더라”고 전했다. 부시 정부에서 북―미간의 직접대화 채널이 열리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 같은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정부 대북정책에 새변수▼
▽위기이자 기회?〓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 때와 달리 ‘동아시아정책 속에서 대한반도정책을 다뤄나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대표적 사안이 북한의 재래식무기 감축에 대한 새로운 요구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클린턴 정부가 종전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부시 정부는 북한의 재래식무기 위협까지 포함시키는 등 동아시아의 안보위협 전반을 점검해 주한미군을 비롯한 아시아 주둔 미군의 적정수준 여부 등을 판단하려 한다는 것.
이는 남북 국방장관회담 등 남북간 대화를 통해 재래식무기를 포함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이뤄나가려는 한국 정부의 구상과 상충된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측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가 북―미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여러 경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며 “북―미 관계의 감속(減速)이 어쩔 수 없다면 이를 남북관계의 가속(加速)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