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납북 여 승무원 성경희씨 평양서 모친상봉

  • 입력 2001년 2월 26일 16시 59분


대한항공(KAL)을 타고 있다가 피랍된 승무원인 딸과 북측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으로 날아간 어머니가 32년만에 극적으로 만났다.

지난 69년 KAL기 납치사건 때 납북돼 귀환하지 못한 KAL 승무원 성경희(55)씨는 26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3차 이산가족 방문단원으로 평양 땅을 밟은 어머니 이후덕(77)씨와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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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는 이날 상봉장에서 어머니 이씨를 발견하자마자 "엄마"를 외쳤고 이씨는 "네가 내딸 맞느냐"며 30여년만에 다시 만난 딸을 부둥켜안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성씨는 어머니 이씨와의 상봉현장에 남편 임영일(58)씨와 인민군복을 입은 아들

성혁(24)군, 딸 소영(26)양을 데리고 나왔다.

이 씨의 사례는 2차 교환때인 지난해 12월 1일 김삼례(74)씨가 2차 이산가족 방문단에 포함, 87년에 납북된 동진호 선원인 아들 강희근(50)씨를 13년만에 극적으로 만난데 이어 두번째다.

성씨는 지난 69년 12월 11일 동료 승무원 3명 및 승객 47명과 함께 대한항공 YS11기를 타고 강릉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오던 중 북한 납치범에 의해 피납됐다.

북측은 사건발생 66일이 지나서야 승객 39명을 돌려 보냈으나 승무원 4명과 승객 8명은 그대로 북한에 잔류시켰다.

억류자 가족들은 '납북 KAL 미귀환 가족회'를 구성해 활동했으나 2, 3년뒤부터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성씨는 지난 92년 8월 평양방송에 출연, 돌아오지 못한 승무원들을 `의거 입북용사'라고 전하고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새로운 삶을 가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씨는 평양방송을 통해 북한이 "자신의 마음과 몸, 모든 것을 뿌리 내린 장소"라면서 남한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2년 자수한 독일유학생 출신 북한공작원 오길남(60)씨는 성씨가 대남흑색방송 `구국의 소리'방송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씨가 월북한 서울대 출신 이진영(69)씨 또는 신원미상의 남한 출신 월북자와 결혼하려 했으나 중앙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당시 성씨가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수와 결혼했다고 말했다.

이후 성씨의 북한내 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성씨는 지난 64년 창덕여고에 이어 68년 이화여자대학 사회생활과를 졸업한 뒤 그해 8월 대한항공 여승무원으로 입사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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