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도 많은 주적 개념을 놓고 국방부가 속앓이를 계속하고 있다.
국방부는 4일 일부 언론이 ‘주적 개념 대체 검토’ 기사를 내 보내자 ‘남북간에 가시적인 군사적 신뢰관계가 구축되기 전까지 주적 개념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여론의 동향을 살피면서 검토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후 급변할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이 만든 내부자료도 국방부의 이런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는 국방백서에 명시된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이란 문구에서 ‘주적’이란 단어를 삭제하는 대신 ‘북한’ ‘적’ ‘공산주의자’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헌법 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라는 문구를 원용하는 방안도 연구안 중 하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위협하는 (북한의 또는 적들의) 현실적 군사위협’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일본 중국 등 8개국의 주적 개념 유지 여부를 조사했더니 대만에서만 이를 간접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는 사용하지 않거나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조차도 내부적으로만 중국을 ‘가상적’으로 지칭하고 있을 뿐 문서상으로는 이를 사용치 않고 있다. 주적 개념 문제는 국민 여론, 특히 정치권의 찬반 논란이 먼저 정리돼야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국방부는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적 개념은 94년 국회에서 국방위원들의 거센 요구 때문에 삽입된 ‘정치적 개념’인 만큼 정치권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이를 먼저 풀어주지 않으면 빼거나 바꾸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표 > 주요국 주적개념 유지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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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 │ 주적 개념 │ 잠재적 안보위협 국가(요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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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 │ 미사용 │ 북한, 이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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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 국 │ 미사용 │ 경쟁국가(미국), 잠재적 경쟁국가(미국,일본),│
│ │ │ 안보우려국가(한반도,대만), 안보관심국가( │
│ │ │ 인도,중앙아시아,홍콩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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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본 │ 미사용 │ 불투명.불확실한 안보위협 요소 │
│ │ │ (97-00년 방위백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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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 삭 제 │ 잠재적 군사위협국(미국), 안보위협(지역분쟁,│
│ │ │ 민족분규, 테러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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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 만 │ 간접 사용 │ 국방백서 제2장 1항(국방의 주요임무는 중공의│
│ │(내부적 중국이 │ 무력침공을 미연에 방지하며 전쟁발발시 승리 │
│ │가상敵,주요敵人)│ 를 쟁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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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 미사용 │ 통일이후 95년 8월까지 미국을 가상적국으로 │
│ │ │ 경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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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 일 │ 미사용 │ 국방백서에 주적개념 상정 불필요 명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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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미사용 │ 주변아랍국을 영구적 적대국이 아닌 평화협상 │
│ │ │ 대상으로 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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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