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는 이날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정권에 대해 다소의 '의구심(some skepticism)'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데, 여기에서 'some'은 정확하게 '대단한'이라는 뜻"이라고 말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인식의 차이가 작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 이라크 등의 미사일공격에 대비한 방어체제"라며 "이를 군비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거나 강대국간의 문제로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국이 모두 핵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만약 우리를 겨냥하고 나올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NMD에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번 회담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식반응도 이총재의 시각과 비슷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공식논평에서 "양국간에 큰 틀에서의 협력강화를 다짐한 것은 성과였지만, 북한문제에 대한 엄청난 시각차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또 "김대통령이 포괄적 상호주의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남북관계는 실체적 기반 위에서 재출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대변인은 이와 함께 "정상회담 도중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위협적인 존재로 본다'는 취지의 브리핑을 한 것은 외교적으로 실례가 되는 일로, 대통령과 우리나라가 망신을 당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NMD를 둘러싼 혼선 때문에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오해'라는 표현까지 쓰며 해명해야 하는 곤혹스런 지경까지 이른데 대해 외교팀을 문책해야 하며, 밀실대북정책을 주도해 온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 등 안보팀 역시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