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최고위원은 이 강연에서 “이 총재는 대북 포용정책을 반대했던 것으로 아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을 만나서는 포용정책을 지지했고, 또 한편으로 평화선언에 반대하는, 앞뒤가 안맞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가 9일 김 최고위원에게 해명 전화를 걸었으나 마침 김 최고위원이 회의 중이어서 메모만 남겼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이 총재가 남긴 메모를 보고 즉시 이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두 사람 간에 전화토론이 벌어졌다. 다음은 두 사람의 측근들이 전하는 전화토론 요지.
▽이 총재〓나는 대북 포용정책에 반대한 적이 없고 국회에서도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는데, 김 최고위원은 왜 내가 포용정책을 반대했다고 말했느냐.
▽김 최고위원〓말보다는 실제가 그렇다. 국민도 이 총재가 포용정책에 반대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총재〓그동안 총론은 지지하고 각론에는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대북 지원도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원이어야 한다.
▽김 최고위원〓푸틴 대통령을 만나서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했으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평화선언도 지지해야 논리적으로 맞는 것 아니냐.
▽이 총재〓말로만 평화선언을 하면 국민에게 환상을 불어넣는다. 한반도는 언제라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어 평화선언을 하면 우리만 무장해제될 수 있다. 무기 감축 같은 실질적 위협 제거가 있어야 한다.
한편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11일 “김 최고위원이 (전화토론 끝에) ‘내가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이 총재에게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측은 “경기고 동문 선배에게 예의를 갖춘 것을 사과라고 하면 유감스럽다”고 부인했다.
<송인수·윤종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