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인 "디스 맨은 이 훌륭한 분"이란 뜻

  • 입력 2001년 3월 12일 11시 22분


지난 8일 한 ·미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디스 맨(this man)이라고 부른데 대해 무례한 표현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한 언론인이 '디스 맨'이란 호칭은 전혀 자존심을 건드리는 표현이 아니라는 의견을 동아닷컴에 보내왔다.

그는 특히 지난 9일 이를 문제 삼아 부시 미대통령에게 항의서한을 보낸 홍사덕 국회부의장이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고 "이 일은 한국 국민의 영어실력에 먹칠을 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상회담을 지켜본 자유아시아방송의 전수일씨는 12일 동아닷컴에 보낸 이메일에서 부시 미대통령이 김대통령을 가리켜 '디스 맨'이라고 한 것은 직역하면 '이 분', 의역하면 '이 대단하신 분', '이 훌륭하신 분'이란 뜻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전수일씨 이메일 전문
- 홍사덕부의장, this man 해명요구

전씨는 영어 맨(man)은 예사말로는 '사람', 높임말로는 '분', 낮춤말로는 '양반'으로 번역될 수 있으나 몇 가지 근거를 놓고 볼 때 부시대통령이 김대통령을 가리켜 this man이라고 한 표현은 '이 양반'이 아니라 '이 (대단하신) 분'이 맞다고 말했다.

전씨는 부시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김대통령을 '대통령 각하(Mr. President)'로 호칭했으며 기자회견 중간에 김대통령이 부시대통령의 방한을 바란다고 말하자 김대통령에게 '감사합니다, 각하(Thank you, sir)'라는 극존칭을 사용한 점 등을 미루어볼 때 부시는 this man을 ‘이 훌륭한 분’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또 영어에서 '맨'은 링컨 같은 위대한 인물을 지칭할 때도 흔히 사용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씨는 링컨 같은 인물도 영어에서 '위대한 분(great man)' 정도로 표현한다며 이때 맨을 양반으로 번역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는 유명인사의 장례식 추도사에는 "He was a good man."이란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면서 이 문장을 "그는 좋은 양반이었습니다.", "그는 좋은 분이셨습니다." 라고 해석할 때 어떤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씨는 문제가 된 '디스 맨'이 나오는 문장에서 부시대통령은 김대통령의 리더쉽과 한반도평화에 관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씨는 "부시대통령의 '디스 맨'이 홍 부의장의 해석처럼 '이 양반'이라는 무례한 낮춤말이었더라면 기자회견이 끝난 즉시 모든 미국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10일(현지시각) 현재까지 미국 언론에서는 '디스 맨'과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홍사덕 국회부의장은 지난 9일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 미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디스 맨(this man)'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부시대통령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홍부의장은 이 서한에서 "가까운 미국인 친구들에게 거듭 확인한 결과 '디스 맨'은 한국어로 '이 양반' 정도로나 해석될 표현이며 적절한 해명이 없을 경우 한국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항의했다.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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