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비난 포문 연 북한…북-미관계 한파주의보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49분


북한이 관영 평양방송을 통해 미국을 본격적으로 맹비난하고 나선 것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표출된 미국의 자극적인 대북발언과 강경 방침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8일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알려진 뒤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와 미국의 인권보고서 등에 대해 간헐적으로 비난해 왔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날 한시간 동안 무려 6차례나 대미 비난 방송을 내보내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고 그 내용도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와 일본과의 군사동맹강화 등 부시 행정부가 추진중인 정책들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이어서 당분간 북―미관계는 경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美帝’표현 40차례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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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9일부터 13일까지 그동안 쓰지 않았던 ‘미제’라는 표현을 무려 40회나 사용하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는 미국에 예속돼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민족이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분리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南-北 北-美 분리해 접근▼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趙明哲)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회의감을 표시했지만 북한은 그 이상으로 대미 불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미국이 북한을 궁극적으로 붕괴시키려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정에 대한 위협을 크게 느낄수록 반발은 거세지고 북―미간 대화나 관계 개선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측의 대미 비난이 북―미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13일 중앙TV가 미국의 보수세력들을 특정해 북한과 세계 각국이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는 만큼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라”고 주장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파국'의도는 아닌듯▼

현재의 북―미관계를 ‘꽃샘추위’라고 표현한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차관은 “미국이 북한의 변화 의지를 시험하고 있듯 북한도 미국을 탐색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정부의 중재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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