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손 총리는 2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원국의 모든 정상들이 방북(訪北)을 지지했다"며 "북한의 초청에 따라 솔라나 대표, 패튼 집행위원과 함께 5월 말 이전에 방문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페르손 총리는 현재 스웨덴이 순번 의장국이라 EU를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며 솔라나 대표는 EU의 외교정책 최고 책임자, 패튼 위원은 EU의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의 대외정책을 총괄하고 있어 이들 세명은 외교에 관한한 EU 내에서 최고위급인 셈이다.
페르손 총리의 방북은 서방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북한과 유럽의 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방북을 전후해 한국도 방문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남북한 관계 진전에도 모종의 중재역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페르손 총리는 이미 남북한에 실무진을 파견해 △EU 대표단과 김 국방위원장의 회담 △남북한의 화해 조치 지속 여부 △남북 정상회담 공동선언의 지속적인 이행 △미사일문제 인권 경제협력 등에 관한 북한의 대화 용의 등 4가지 사항을 타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25일 "EU가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신하려 한다"는 제목으로 이들의 방북 방침을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김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에 대한 '깊은 실망'을 EU측에 알리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EU의 역할 증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유럽은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對北) 강경책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최근 급속히 가까워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EU 15개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이 북한과 수교했으며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2개 회원국도 조만간 수교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