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朴晙瑩) 대통령공보수석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총재의 대표연설은 모든 것을 왜곡하며 거짓 주장을 펼쳐 놓았다”며 “진실에 바탕하지 않은 주장을 가지고 무책임하게 비판하는 것은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이총재 대표연설 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후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전쟁억제를 위해 주둔해 온 미군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한 대목을 문제삼았다.
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후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각오로 북한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지, ‘전쟁은 없다’고 단정한 적이 없으며, 더욱이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통일 이후에도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는 게 박수석의 설명.
그는 또 “이총재는 ‘수십년 동안 국민의 피땀으로 쌓은 것이 지난 3년간 무너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나라 망친 책임을 현정부에 돌리려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안기부 예산까지 가져다 쓴 한나라당식 부패와 정경유착으로 인해 지금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도 “이총재의 비판은 불지른 사람이 소방관에게 왜 불을 잘 끄지 못하느냐고 화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이총재는 김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국민의 안보의식을 해이하게 하고 급진세력에 의해 주한 미군철수 주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경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총재의 연설을 비난하는 그들의 주장이야말로 혹세무민의 극치”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 총재의 뼈아픈 충고를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부터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모·김정훈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