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이회창의 딜레마]한나라당과 신건 국정원장

  • 입력 2001년 4월 10일 16시 52분


한나라당의 신건 국정원장에 대한 ‘감정’은 곱지 않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이회창 죽이기의 상징적 사건이었던 총풍 수사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개각 다음날인 3월27일 낸 논평에서 신건 국정원장을 이렇게 규정했다. 30일에는 “신원장의 취임 후 국내파트의 활동강화 움직임에 주목한다”며 “정치개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맹형규 기획위원장도 3월28일 의원총회에서 “신원장은 야당 파괴에 앞장설 것이다. 국정원 내에 공안부서가 신설됐다는 설도 있다”고 거들었다.

맹위원장은 “신원장의 임명은 정치공작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민심이 떠난 여권은 총재와 같이 무너지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총재의 한 참모는 “신원장은 이미 총풍 수사 등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척을 진 사람이다. 그는 정권재창출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때문에 우리 당이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 때 신원장에 대해 강도 높은 공격을 할 계획 아래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의 신건 때리기’는 최근 전개됐던 일련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정가에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관련한 각종 성추문과 비리설 등이 부쩍 많이 흘러나왔다. 이총재의 친인척과 관련한 소문도 구체적으로 떠다녔다. 소문에 오르내린 한나라당 한 의원의 측근은 “집중적으로 이런 악소문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누군가 의도를 갖고 내용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일을 할 만한 곳이 한 곳밖에 더 있느냐”며 은근히 국정원을 지목했다.

국정원 한 직원은 “과거와 같은 정치공작 등은 일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계속 주목받을 수밖에 없어 몸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야당이 국정원과 관련해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공격하려 할 것이므로 자칫 잘못하면 여권이 큰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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