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신문고시-세무조사 논란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6분


16일 국회의 정무 재정경제 문화관광위에서는 신문고시(告示)부활과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여야가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정무위〓한나라당 의원들은 나승포(羅承布) 국무조정실장을 상대로 “신문고시 부활은 정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무리한 조치” “과거보다 잔혹해진 언론탄압”이라고 성토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신문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성헌(李性憲·한나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언론시장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문고시 부활을 서두른 것은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수술하는’ 격”이라고 비난했고 엄호성(嚴虎聲·한나라당) 의원은 “규제개혁위원회가 회의록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은 정부측 위원들이 주도한 억압과 강요 분위기를 은폐하려는 의도였다”며 국무조정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임태희(任太熙·한나라당) 의원도 “규개위는 공정위가 신문고시 안건접수 요청을 해오자 제대로 보고도 안한 채 다음날인 3월28일 첫 회의를 열어 허겁지겁 처리했다”고 외압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훈평(李訓平·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58.8%가 신문구독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고 30% 이상이 경품제공 제안을 받았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정권 막판에 세무조사를 하는 게 어떻게 언론탄압이냐”고 맞섰다. 박주선(朴柱宣·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언론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준사법적 단속 일변도로 하다보니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위〓한나라당 의원과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 사이에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김동욱(金東旭) 의원은 “미 하원의원 3명에 이어 ‘국경없는 기자단’도 한국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론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신인도가 추락하는 차원을 넘어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편집국 간부들까지 계좌 추적을 했다는데 그게 바로 언론 길들이기 아니냐”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다들 감싸고 나가야지 성공하지도 못할 언론탄압을 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정의화(鄭義和) 의원은 “이승만 정권 이래 모든 정부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결국 사실로 드러나곤 했다”고 지적했고 박종근(朴鍾根) 의원은 “국세청이 여론이야 뭐라고 하든 우리는 간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결국 정권 상층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문화관광위〓한나라당 의원들은 문화관광부가 지난달 16일 공정거래위에 보낸 의견회신에서 사실상 신문고시 부활을 반대했는데도 공정위가 이를 묵살하고 고시 부활을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언론에 대해 일반상품보다 더 심한 규제와 감시체제를 발동한 것은 발상 자체가 언론자유를 원천적으로 침해한 것”이라며 “신문고시는 헌법에 규정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은 정권연장에 눈이 멀어 세무사찰 신문고시, 기자의 취재봉쇄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판적 언론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강성구(姜成求·민주당) 의원은 “신문고시는 자율을 강조한 것인데 야당은 언론자유를 규제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달 16일 심규철(沈揆喆·한나라당) 의원이 ‘일부 신문사가 언론개혁을 옹호하는 보도를 한 것은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처첩간의 사랑다툼’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여야는 속기록 삭제와 사과공방을 벌이며 한 차례 정회사태까지 빚었다.

심재권(沈載權·민주당) 의원이 “처첩간의 사랑을 구걸하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얘기”라며 속기록 삭제를 요구하자 정병국(鄭柄國·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의원의 발언을 수준 이하라고 한 것이야말로 인격모독적인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박성원·김정훈기자>sw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