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외국인과 대화요령 책자 공개…월간 신동아 입수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3분


북한 주민들이 외국인을 접촉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담은 북한 당국의 ‘외국인 대화요령 참고자료’ 책자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19일 발매되는 월간 신동아(5월호)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이 자료는 북한 당국이 95년 4월 평양 국제 체육 및 문화축전을 앞두고 북한 주민들에게 외국인들과의 접촉 및 대화 요령을 숙지시키기 위해 만든 일종의 모범 답안집.

대외비로 돼 있는 이 자료는 예를 들어 외국인이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사망에 대해 물으면 “친부모보다도 더 믿고 따르던 아버지가 돌아갔으니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곡했고, 매일같이 위대한 수령님의 동상에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있다”고 답하라고 돼 있다.

또 인권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사람을 가장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공화국에서는 인권이 든든히 보장되고 있다. 우리의 인권을 문제삼는 미국이야말로 인권의 최대불모지”라고 답하라는 것.

식량난에 대해서는 “쌀을 사오는 것은 인민들에게 고기를 풍족하게 먹이기 위해 사료용으로 들여오는 것”이며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對)조선정책에 달려 있고 미국이 우리와 친하자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각각 답하라는 것.

동국대 북한학과 강성윤(姜聲允)교수는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으로 막대한 자금을 소진해 ‘고난의 행군’에 접어든 북한이 체제의 약점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위해 이 책자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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