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8월 ADB에 정회원국 가입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번 총회에 옵서버로 참석하기를 희망했다. ADB는 그동안 가입신청을 낸 국가에 대해선 연차총회에 옵서버로 참석하도록 허용해 왔으나 이번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ADB의 한 고위관계자는 “평양에 총회 초청장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로 한국 등 일부 회원국들도 북한의 참가를 위해 은밀히 노력해왔으나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킨 뒤 북한이 국제기구에 가입하거나 국제기구를 통해 차관을 얻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ADB의 최대 출자국으로 거부권을 갖고 있다.
미국은 30일(한국시간 5월 1일 오전) 발표할 예정인 올해 테러지원국 명단에도 북한을 이라크 리비아 등과 함께 잔류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가입도 희망하고 있으나 미국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9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전임 빌 클린턴 행정부에 비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북한이 테러와 미사일 개발 포기 등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한 ADB나 IMF 가입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ADB가 22일 이사회를 열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 국가를 결정하면서 이번에는 북한을 초청하지 않기로 하고 초청장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ADB의 이번 결정은 미국 일본 등이 북한의 초청을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에 ADB 총회에 참석하기를 희망해 미국측에 비자발급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ADB 가입을 지지해왔기 때문에 ADB 이사회의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처지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 당국자는 29일 “이번 조치가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뒤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대북 강경책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한미간 협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한국의 처지를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순활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