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발사 2003년까지 유예"…김위원장, 페르손총리에 밝혀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14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3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조치를 2003년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방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와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을 지키며, 그 기간 중 (한반도와 주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고 페르손 총리가 회담 후 고려호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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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9년 9월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선언을 한 뒤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북―미간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 이 선언을 지킬 것이라고 말해 왔으나 구체적인 시한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에 대해 페르손 총리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2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구두 메시지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전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4일 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소강상태의 남북관계는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고 페르손 총리는 밝혔다.

페르손 총리는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난 뒤에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유보한 채 “김 국방위원장은 2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입장을 전달했으며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의 활동 여건을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페르손 총리를 수행한 EU 관리들은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과 관련해 북한이 유럽에 관리를 파견키로 하는 등 EU와 북한이 대화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외국과 인권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처음이다.

페르손 총리는 이와 함께 “김 국방위원장이 경제개혁을 지원하겠다는 EU의 의견을 받아들여 고위급 공식조사단을 올 여름 유럽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며 “북한은 식량 등 인도적 지원 외에도 산업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유치 등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을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평양〓김영식기자>spear@donga.com

▼한-EU 4일 정상회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서방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서울에 온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 및 유럽연합(EU) 대표단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방북 결과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EU 의장국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 페르손 총리는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김 국방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보내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대통령은 “여러분의 남북한 동시 방문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노력은 EU 역사에도 가장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면서 “페르손 총리 일행의 평양 방문은 서방국가 정상으로서는 첫 방북이며 더 나아가 EU 15개국을 대표한 방문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남북이 평화 공존하고 평화 교류하는 가운데 장차의 평화 통일에 대비하자는 햇볕정책은 남북 모두에 유익하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국과 EU 등 전 세계가 일치해서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4일 오전 청와대에서 페르손 총리와 한―EU 정상회담을 갖고 이번 방북 결과와 한반도 정세, 북한―EU 관계 개선, 한―EU 협력방안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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