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원장 아들 김정남은 누구]컴퓨터狂…北 IT정책 주도

  • 입력 2001년 5월 3일 21시 03분


1988년 북한 평양 교외에서 오른손에 소총을 든 채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17세 때의 김정남의 모습.
1988년 북한 평양 교외에서 오른손에 소총을 든 채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17세 때의 김정남의 모습.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30)은 김 위원장과 전처 성혜림(成惠琳) 사이에서 태어나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인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남은 98년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컴퓨터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북한의 각종 정보기술(IT) 산업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1월 중국 상하이 방문시 컴퓨터 및 정보통신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인 것도 김정남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일본에서 입수한 최신게임기와 소프트웨어를 밤새 작동해 보는 등 컴퓨터광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일본에선 체포된 사람이 김정남이 맞다면 그가 극비리에 일본을 방문하려 한 것이 컴퓨터 최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민화(李珉和) ㈜메디슨 회장은 “김정남이 컴퓨터 및 벤처산업에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위조여권을 이용해 일본을 몇 차례 방문한 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정남은 일본어에 대단히 능통해 일본에서 비밀 유학했다는 얘기도 있다”며 “이번에도 견문을 넓히기 위한 일종의 단기연수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남의 일본 방문 및 단기교육 등은 총련이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0년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난 이래 스위스 제네바와 모스크바를 오가며 공부해 러시아어 프랑스어 실력도 상당한 수준. 제네바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졸업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1997년경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으로부터 경제를 배우며 김 위원장의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군을 중시하는 북한의 정치 관례에 따라 인민군 보위사령부의 핵심 요직도 맡고 있다.

홍콩의 시사월간지 광각경(廣角鏡)은 최근 김정남이 1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도 동행했으며 북한에서는 그를 ‘작은 장군(小將軍)’으로 호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방문 때 그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아들과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보도 있다.

지난해 여름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 때 북측 관계자는 평양의 한 건축물을 가리키며 “김정남 동지가 설계한 것”이라고 말해 김정남에 대한 ‘대를 잇는 우상화’ 작업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성혜림의 언니인 성혜랑의 딸이자 김정일의 양녀로 김정남과 함께 자란 이남옥씨(33)는 98년 일본 문예춘추(文藝春秋)와의 인터뷰에서 “정남이는 머리가 좋고 유머가 있으며 활동적이고 낙천적인 젊은이”라고 소개했다.

<홍성철기자·도쿄〓이영이특파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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