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처리 어떻게]日, 中과 '추방' 물밑협의

  • 입력 2001년 5월 3일 22시 59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불법입국한 사건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일본 당국은 3일 밤까지 “아직 불분명한 점이 있어서 김정남인지 여부를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그들 일행이 위조여권을 가지고 불법으로 입국하려한 것은 확실한 만큼 국내에서 별도의 형사절차를 밟지 않고 이르면 4일 중 서둘러 국외퇴거시킬 방침을 굳혔다.

관련법률 등에 따르면 중요사건의 용의자가 불법입국한 경우에는 체포한뒤 국내 재판 절차를 통해 처벌할 수도 있지만 일단 범죄를 목적으로 입국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을 경우 국적지로 강제퇴거하도록 돼있다.

외무성 관계자는 “일단 제3국인 중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 남자의 추방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미 중국과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행의 중국행 방안은 북―일 외교관계를 고려한 다목적용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이 정치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며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당국 관계자는 “김정남이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인물로 신상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고 지문 등 본인 여부를 확인할 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다”며 끝까지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채 국외퇴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다른 정부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해서 정치문제화하지 않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으로서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채 위조여권을 소지했다는 사실 하나만 갖고 국외퇴거시킴으로써 북―일관계에 손상을 주지 않고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남의 불법입국’ 여부가 공식 확인되지 않은채 미제(未濟)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총련측이 이번 일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일본이 굳이 상대방의 반발을 사며 본인 여부를 밝혀낼 필요가 없다는 것.

따라서 이번 사건이 양국간 외교관계를 악화시키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만일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위조여권으로 입국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일본측이 이번 사건을 북―일관계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과 북한은 지난해 가을 국교정상화 교섭을 벌이다가 중단된 상태로 일본측이 이번 일을 호의적으로 처리하면 북―일간 최대현안인 일본인 납치의혹 등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것.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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