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일본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추방된 뒤 공항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일부 언론에 목격됐으나 그 이후 행적이 묘연해져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귀국했는지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또는 북한 당국이 그의 귀국 여부를 밝히는 것이 추측을 가라앉힐 유일한 대안으로 남았으나 현재로서는 이 또한 기대 난망이다.
현재까지는 평양에 주재하는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4일 “전혀 모른다”고 답한 것이 북한 내 관련 보도의 전부다. 북한 언론의 이 같은 침묵에 대해 전문가들은 6일 “북한 방송매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 외에는 어떤 동정도 보도하지 않으며, 특히 그의 가족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보도나 논평도 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북한 매체가 김정남의 밀입국 사건과 귀국에 대해 어떤 소식을 보도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뤄질 수 없는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밀입국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북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북한의 침묵을 예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김정남 일행이 은밀하게 귀국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은 많다.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운항하는 항공편은 매주 4편이 있다. 화요일과 토요일 북한 고려항공이 오전 11시30분 베이징을 출발하며,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30분에는 다롄(大連)을 경유하는 중국 북방항공편이 있다. 이밖에 단둥(丹東)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가는 국제열차가 금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5시25분 베이징역을 출발한다. 김정남으로 확실시되는 인물을 포함한 남녀 4명 일행은 이들 항공편이나 기차편을 이용해 얼마든지 노출되지 않고 귀국할 수 있다.
중국측의 지원을 받으면 군용 비행장이나 인근 도시의 비행장을 이용해 귀국할 수도 있다. 베이징에는 2개의 군용비행장이 있으며 이 중 서쪽에 있는 시자오(西郊) 비행장에는 대형 전세여객기도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가 있다. 톈진(天津)국제공항은 베이징에서 차로 1시간반이면 닿으며, 랴오닝(遼寧)성의 선양(瀋陽)국제공항도 베이징에서 승용차로 5시간이면 갈 수 있는다.
중국이 일본에서 추방된 김정남 일행을 받아들이기는 했으나 장기체류까지 용납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도 조기귀국을 뒷받침한다. 이들의 움직임이 국내외 언론에 포착되거나 신병이 또다시 노출될 경우 더욱 시끄러워질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중국이 이들의 행적을 노출시키지 않은 채 조기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상황을 처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김영식기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