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 지방선거 재 보선 참패를 통해 민심 이반을 절감한 듯 최고위원들은 정치일정 관련 보고를 듣는 것도 생략하고 상의까지 벗어제친 채 국정 전반에 대해 봇물처럼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회의 후 ‘지금까지 제 갈 길만 간 최고위원들이 단결해 민심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민심과 대통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4일 청와대 주례보고 때 4·26 재 보선 패인의 초점을 공천 잘못과 조직관리 미흡에 맞춰 보고했는데 과연 맞는 것이냐. 민심 악화에 초점을 맞춰 보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김기재(金杞載) 최고위원〓3년 동안 돈이 풀리기만 해 물가가 위기상황이다. 부산은 지금 ‘고통지수’가 전국 최악이다. 정부가 부산 등 4대 광역시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권이 끝날 때까지 언제 집이 지어질지도 모르는 정책이 무슨 정책이냐. 대통령이 이런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대통령은 민심 흐름에 대해 잘 알고 계신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현재 민심이 흐트러진 것은 경제, 의약분업, 교육 등 3가지 문제 때문이다. 5월 중 의약분업 종합대책 발표 때 국민 부담이 많이 늘어나서는 안된다.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대통령만 쳐다보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책임 또한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중권 대표〓대통령은 국회나 대야관계 등에서 대부분을 당에 일임하고 있다. 우리가 자성의 토대 위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의약분업만 해도 대통령은 고집하지 않았는데 당정과 청와대가 의논해서 결론 낸 것 아니냐.
▼개혁수습론▼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당이 정부를 이끌고 가야 한다. 개개인이 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과 같이 가야 한다.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인사면에서 적재적소 원칙이 지켜졌는지 짚어봐야 한다.
▽박상천 최고위원〓민주화세력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개혁세력과 보수세력의 지지를 함께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당은 합리적 보수와 진보적 개혁의 양 날개로 날아가야 한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현재 상황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단기처방전을 가지고 해서는 안된다. 국정의 큰 방향은 옳다. 그러나 시스템과 스타일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정대철 최고위원〓정권의 정체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김중권 대표〓지금 상황은 경제적 어려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개혁피로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일부 정책 혼선도 있었다. 우리가 상황에 적절히 대처했는지에 대해 짚어볼 대목이 많다.
▼민생·경제대책▼
▽이인제 최고위원〓경제문제는 제때에 결단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국민이 불안해한다. 새만금사업이나 대우차, 한보철강 문제 등이 그랬다. 관료들이 위험부담을 안지 않으려 하므로 정부가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결단할 수 있도록 당이 유도해야 한다.
▽김근태 최고위원〓공기업 구조조정이 민간기업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제대로 안되고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민심의 흐름은 경제에 좌우된다. 지방건설경기 활성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양도소득세 인하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