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미티지 방한]소강상태 남북관계에 '돌파구'

  • 입력 2001년 5월 9일 23시 15분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 일행의 방한(訪韓)은 ‘미사일방어(MD)체제 설명회’라는 1차적 목적을 떠나 소강, 또는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북-미관계에 돌파구를 제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미티지 부장관을 통해 전해 온 메시지는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지지 △대북 정책 재검토의 조속한 완료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 △북-미 기본합의서 체제의 존중으로 요약된다.

이는 부시대통령이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 포용정책을 대체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그동안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표출됐던 한미간 갈등을 상당 부분 진정시키는 내용이다. 이런 기조라면 김대중(金大中)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은 다시 추동력을 얻고, 북-미간에도 관계 회복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상호 보완적으로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북한 스스로가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보장을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지원없이 남북관계 진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3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미티지 부장관 방한 하루 전인 8일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숙의한 것도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로 후유증이 심각했던 3월 한미 정상회담과는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아미티지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한국 정부의 초조함을 적지 않게 해소해 준 감이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제네바합의 준수 의사를 천명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교수는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과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한반도문제에 관한 한 포용정책 이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는 것을 부시 정부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고 교수는 “미국은 ‘전략적 틀’을 강조함으로써 총론적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검증과 상호주의를 강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미티지 부장관의 방한은 대북 정책에 대해 한미가 인식을 공유하고 다시 공조체제를 갖출 수 있는 귀중한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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