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냐"는 보도진의 질문에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며 알쏭달쏭한 태도를 취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3월 JP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자신의 말을 바꾸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여 앞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JP가 DJP회동에서 내각제문제를 용도폐기시켰다고 주장했다가 이번에 또 들고 나온데 대해 한나라당이 비난하고 나서는 등 내각제 재추진 문제가 정치쟁점화할 전망이다.
▼"JP 용좌에 오르소서"▼
자민련의 'JP 대통령론' 띄우기는 지난 16일 JP와 당 사무처 국장급 이상 간부 30여명의 회식자리에서 절정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내년 대선에 출마해달라" "용좌에 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는 등의 발언과 충성서약을 서슴지 않았다.
분위기가 어찌나 뜨겁고 진지했던지 한 참석자는 "인기 TV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옥좌에 오르소서'를 연발하는 제장(諸將)들 앞에서 고뇌하는 '왕건'의 모습 같았다"고 전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청(奏請) 백태.
▽당직자 A씨〓저희 평생 소원이 명예총재님이 용좌에 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당직자 B씨〓명예총재님께서 결심하시는 대로 저희는 따르겠습니다.
▽당직자 C씨〓명예총재님께서는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후보직을 포함해) 얻을 것을 다 얻어주십시오. 권력은 투쟁으로 얻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참석자 D씨〓오늘 5·16 40주년을 기점으로 우리를 불러주신 뜻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제2의 혁명'을 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JP는 이런 주청에 "술이나 한잔 해"라며 즉답을 피했으나 기분은 몹시 좋아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도 17일 "몇몇 종교인들과 만났는데 전국에서 'JP 대망론'에 대한 호응이 생각 이상으로 높다더라"면서 'JP 순서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JP에 대한 지지도가 4∼5%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민련 홈페이지에도 '늘 재미있는 농담으로 국민을 웃겨주는 자민련' 등 비아냥과 욕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JP, 대선출마 질문에 笑而不答▼
자민련 김 명예총재는 16일 오전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5·16 민족상' 시상식 직후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이번에는 꼭 대선에 출마하셔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말없이 웃기만 했다.
기자들이 다시 "내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입니까"라고 묻자 JP는 다시 "소이부답(笑而不答)이오"라고 말했다.
두 달 전 기자간담회(3월16일)에서 대선 출마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킹 메이커론'을 폈던 것과는 대답도 어감도 달랐다.
비슷한 시각 마포 당사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는 "김 명예총재는 이 시대의 영웅이시다" "명예총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자민련의) 정체성과 색깔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까지 나서 "우리 당의 큰 보물인 명예총재님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관계자들이 갑자기 왜 이럴까. 한 당직자는 "밖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이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를 갖고 있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필패하는 것은 물론 대선 때가 되면 당 자체가 화롯불에 눈 녹듯 존재도 없이 스러지고 말 것이라는 게 자민련 사람들의 기본인식"이라고 설명했다.
▼불교 진각종 "JP 대통령돼야"▼
'JP 대망론'이 정가의 화제로 등장한 가운데 불교 5대종파의 하나로 알려진 진각종의 각해(覺海) 총인(종정)이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동조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각해 총인은 17일 오전 진각종 제26대 호암 통리원장(총무원장) 취임 법회에 참석한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그 분(JP) 만큼 경륜을 갖고 계신 분이 어디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했던 유운영(柳云永)부대변인이 전했다.
각해 총인은 김 대행이 "국민 모두가 명예총재를 신뢰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하자 "이번에는 꼭 김 명예총재가 해야한다"고 거듭 동감을 표시했다고 유 부대변인은 덧붙였다.
▼김종호 대행 "이제는 JP 차례" ▼
자민련 김종호 총재대행은 지난 11일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있는데 이제는 김종필 명예총재의 순서가 왔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한국노년자원봉사회 전남도지부 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이 나라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김 명예총재 밖에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김 명예총재는 마포당사에서 노년봉사회 임원들과 면담하면서 "요즈음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을 공격하고 헐뜯는 사람들이 있으나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오는 데 선두에서 이끌어주신 분이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필 명예총재 "내각제 재추진" ▼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14일 "정치권력구조를 내각책임제로 바꾸는 것이 우리 자민련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말해 내각제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 명예총재는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당 중앙위 운영위원 연수회에서 격려사를 통해 "보수의 중심에서 국민을 대변하고 급진을 배제,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명예총재가 내각제 추진을 당 공식행사에서 정식으로 거론한 것은 지난해 4·13총선 이후 처음이다.
김 명예총재는 격려사에서 "세계사의 변혁을 가져온 무수한 역사적 사건들은 의식 있는 소수의 힘으로부터 비롯됐다. 우리는 조국 근대화와 보수 적통(嫡統)의 후예로서 침묵하는 보수를 일깨우는 향도가 돼야 한다. 이런 우리의 생각과 당의 정체성을 민주당과의 공조나 3당 정책연합 운영에도 분명히 반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김종호 총재대행은 격려사를 통해 "많은 국민 사이에 이 나라 장래를 위해서는 김종필 명예총재밖에 없다는 '대안부재론’이 민심 밑바닥에서 흐르기 시작했다”며 "난국극복을 위해서는 내년에 슬기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고 그것이 바로 김 명예총재”라고 말했다.
▼야 'JP 내각제발언' 공세▼
한나라당은 16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내각제 재추진' 발언을 겨냥, 공세를 퍼부었다.
이승철(李承哲)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JP의 내각제 주장은 나라야 풍비박산 나든 말든 실리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속셈"이라며 "줄타기의 달인답게 몸값 올리기와 `골프파동' 희석 등을 노린 다목적용"이라고 비난했다.
이 부대변인은 또 "개헌론에 불을 붙여 정국 변화를 도모, 대선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어보려는 정략적 의도가 엿보인다"면서 "너덜거리는 내각제 깃발은 이제 고물창고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당직자는 "JP의 내각제 발언은 생존 차원의 전략일 것"이라며 "JP가 내각제 기치를 다시 들지 않으면 자민련이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다른 당직자는 "이미 물건너간 내각제를 JP가 다시 거론한 것은 자민련의 당세확장 등을 위해 자민련 탈당파들의 재영입을 노린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리=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