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은 유엔과 북한이 체결해야"…헤리티지재단 亞국장

  • 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22분


미국의 보수적 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의 래리 워첼 아시아 담당 국장은 17일 “미국 국무부가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고려하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그같은 일방적 노력을 중지하고 대신 유엔과 북한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첼 국장은 이날 헤리티지 재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왜 북한은 미국이 아닌 유엔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미 국무부가 6·25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고 북한과의 직접적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북한과의 양자 평화협정 체결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국무부가 북한의 요구에 따라 현재의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될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에 관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53년) 정전협정에 서명한 마크 클라크 미군 장군은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서명했기 때문에 정전협정은 북한과 유엔간에 체결된 것이지 미국이 체결한 것은 아니다”며 “미국과 북한간의 평화협정 체결이 정치적으로 편리할 수는 있어도 편리를 위해 역사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워첼 국장은 또 “미국과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은 한국과의 협정 체결을 거부한 북한에 커다란 정치적 승리를 안길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하고만 평화협정을 맺으려는 것은 그 대가로 금전적 지원을 얻어내려는 희망 때문이며 북한은 나중에 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고려하고 있고 이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국내 전문가 "북-유엔 평화협정 실현가능성 없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래리 워첼 국장이 북한과 유엔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한 것은 법리적으로는 타당한 얘기인지 모르나 현실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신여대 김영호(金暎浩·정외과) 교수는 “6·25전쟁의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가 유엔 북한 중국이기 때문에 유엔과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이 법적으로는 이상할 게 없다”며 “그러나 전쟁의 실제 당사자인 한국이 빠진 데다 북한마저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원하고 있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바라는 것은 미국이 유엔군을 주도했기 때문에 미국과 전쟁을 벌인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데다 지금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어 미국과의 협정 체결이 아니면 군사적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또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성사시킬 경우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철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계산도 내포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 한국은 정전협정과는 상관없이 전쟁의 실제 당사자이기 때문에 평화협정은 당연히 남북한간에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가장 현실성 있는 주장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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