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15년 근무 정두언씨 '인물평가-비하' 펴내

  • 입력 2001년 5월 24일 00시 36분


정두언(鄭斗彦) 한나라당 서울 서대문을 지구당위원장이 국무총리실에서 15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는 평론집을 냈다. 정씨는 이 책에서 자신이 경험한 18명의 총리에 대한 평가와 이들에 얽힌 비화를 소개했다.

▽대통령의 말씀자료〓○○○ 정부 때는 대통령이 동네 헬스클럽 회원들과 사적인 식사를 할 때 발언할 말씀자료까지 만들어 올렸다. 그러면 대통령은 “김회장님, 이번에 둘째 애가 서울대 들어갔지요…”라며 자료를 그대로 읽었다.

▽부지런한 총리, 게으른 총리〓노재봉(盧在鳳) 강영훈(姜英勳) 이회창(李會昌) 박태준(朴泰俊)씨는 부지런하고 똑똑한 유형이다. 이홍구(李洪九) 이수성(李壽成) 김종필(金鍾泌)씨는 게으르고 똑똑하다. 아랫사람들이 제일 반기는 유형이다. 이홍구 총리는 사람이 너무 좋다보니 아랫사람들에게 미안해 제대로 일을 못시킬 정도였다. 김종필 총리는 정치를 그렇게 오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관리가 허술하다는 게 의외였다.

▽최악의 총리〓학자 출신 총리들은 무능한 경우가 많다. 어떤 분은 일찍이 높은 관직에서 시작해 화려한 경력을 쌓았고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기까지 했지만, 거품 그 자체였다. 그는 대통령과의 대화자료를 만들어 가면 (내용이 아닌) 글자 크기를 고쳤는데, 하루종일 걸렸다.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유명한 명문대 모 교수에게 5000만원을 주고 청소년의식구조 조사용역을 맡겼더니, 500만원을 리베이트로 보내와 돌려보낸 일이 있다. 용역 결과는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엉터리였다. 이 교수는 나중에 총리가 돼 나와 재회했다.

▽총리들의 사적인 면모〓진의종(陳懿鍾)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집무실 집기를 북쪽을 향해 돌려놓았다. 소위 ‘임을 향한 자세’로 앉겠다는 뜻이었다. 이현재(李賢宰) 총리는 너무나 검소해서 양복도 한 벌, 구두도 한 켤레 그야말로 단벌신사였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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