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북한이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 시절 발표된 ‘공동코뮈니케’의 준수를 강조한 것은 “클린턴 정부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지점에서 북-미 관계를 재개하자”는 뜻을 국제회의 무대를 통해 부시 행정부측에 밝힌 것이라는 풀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번 의장보고서를 통해 미측에는 ‘공동코뮈니케에서 합의한 약속을 지키자’는 의사를 전달하고 국제사회에는 ‘우리는 미국과 잘 지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부시 행정부를 비난해 왔던 것도 결국은 ‘왜 우리 얘기를 들어보려 하지도 않느냐’는 의미가 강했다”고 덧붙였다.
북-미 국교정상화가 임박했던 클린턴 정부 때의 대북정책을 부시행정부가 이어가기를 바라고 최근 수정 논란에 휩싸인 제네바합의의 유지와 준수를 희망하는 북한의 태도는 한국 정부의 이해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제네바합의의 수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고 미측에 “북한과 ‘의미있는(meaningful)’ 고위급 대화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는 뜻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해 왔다.
남북한의 이런 입장에 대한 미측의 구체적인 반응은 25, 26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TCOG)에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미측은 이 회의에서 실무차원에서 점검이 끝난 것으로 알려진 대북정책의 새 틀을 우리측에 설명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부시행정부가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등 클린턴 행정부와 차별되는 ‘새로운 전략틀’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북-미 대화의 틀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핵과 미사일 등 북-미간 현안에 부시행정부가 어떤 해법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 재개의 시기와 수준 등이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