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대북촉구]남북정상회담 "약속 지켜라" 메시지

  • 입력 2001년 5월 24일 23시 40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4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서울 답방 일정을 확실하게 밝혀주도록 공개 요청한 것은 “2차 남북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려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기대의 표현”이라는 것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올 상반기(혹은 올해 안)에 실현될 것”이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김 위원장에게 직접화법 형태로 “일정을 밝혀라”고 촉구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서 2차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남북공동성명에서 김 위원장이 약속한 사항이라는 점을 적시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2차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 자체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될 만큼 교착상태에 빠진 현 남북관계가 당시 ‘약속’과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항의성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그동안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앞두고 북한에 대해 공동 기념행사 개최를 제의하는 등 대화 재개 신호를 보냈으나 북측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장관급회담 금강산관광사업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간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누적된 상태에서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통령의 언급은 또 26, 27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미일 3자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와 다음달로 예상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검토 종료를 앞두고 미국에 우리의 의사를 전한 측면도 있다.

특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병행 발전 필요성 △정부가 미측에 북한 미사일 문제에 적극 대처할 것을 요청한 사실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미국측이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 대목 등을 누누이 강조한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남북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결론 내려지길 기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김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의 향배를 가름할 분수령이 된다는 점을 북측에 재차 주지시키면서 북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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