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감내용]"용두사미 안된다" 중징계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39분


28일 감사원이 밝힌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용 실태’에 대한 특감 결과 및 문책 요구 범위를 보면 희생양을 찾으려 한다는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도 이번 특감이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오전 열린 감사위원회에서는 징계 수위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차흥봉(車興奉)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고발 방침은 철회하되 현 보건복지부 차관을 포함해 7명을 징계 대상에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국장 1명과 사무관 1명에 대해 해임 또는 파면을 요구한 것은 예상 밖의 중징계로 풀이된다.

▽보험재정 적자 규모 추계 잘못〓감사원은 종합평가에서 이 부분을 가장 강조했다. 감사원은 “대통령과 국회, 국민에게 의약분업을 시행해도 추가적인 보험재정 부담이 크지 않고 국민불편 사항도 최소화될 수 있는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고 홍보했다”고 밝혔다.

노령인구 및 수진율 증가 등 자연적 증가 요인과 의약분업에 따른 진료수가 현실화, 의사의 고가약 처방 등으로 2001년 최소 3조8767억원 가량의 보험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

그런데도 복지부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본인부담금 인상, 진료비 지출 억제 등의 대책을 통해 2000년 2744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001년 이후에는 재정 안정이 가능한 것처럼 대책을 추진했다는 것.

▽보험료 징수 및 보험급여 관리 부실〓4월11일 현재 보험료 체납액이 1조1537억원에 이르지만 요양기관에서 보험급여 3개월 이상 체납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우선 진료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은 문제라는 것.

또 진료비의 허위 또는 부당 청구는 의료법에 면허취소 등의 처벌 규정이 없어 허위 부당 청구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은 정원이 1029명이나 초과되고 지난해 10월 특별 퇴직자에게 퇴직보상금을 지급하면서 258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된 사실도 지적됐다.

▽허술한 의약분업 제도 및 대책〓과잉처방 등을 유발하는 현행의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왕절개 등 8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지난해 7월부터 도입키로 해 놓고도 의료계 반대에 부닥쳐 사실상 무기 연기한 것, 의약분업 시행 후 과잉 고가약 처방으로 인한 약제비 증가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 미흡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특히 의약분업 시행으로 3500억원의 약제비가 절감된다는 예측과는 달리 2001년 7000억원 이상의 약제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원외처방료를 진찰료로 통합하며 주사제 처방료는 폐지할 것, 약제비 보상 상한제 도입, 포괄수가제 실시 검토 등을 제안했다. ▽차 전장관 고발 여부〓정책 판단을 고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느냐의 논란 때문에 큰 관심거리였다. 감사원은 이날 별도의 항목을 정해 차 전장관을 고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는데 요지는 ‘공무원의 신분상 문책 사유에 해당되나 이미 장관직에서 퇴임했고 그렇다고 범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험재정 적자의 실상을 대통령과 국회 등에 그대로 밝히지 않았고 진료수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의료계와는 5% 인상에 합의해 놓고도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6% 인상을 지시함으로써 487억원의 보험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등 보험재정 파탄의 ‘주범’이라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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