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쇄신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주장은 순수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지만 방법과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극복 등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민심 이반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은 지금 냉소적이다.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할 때 국정의 일대 개혁을 했는데, 지금 무슨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가.
개혁은 제도와 시스템 정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 비공식라인의 과도한 영향력을 과감히 타파해야 한다.
▽불참파 김민석(金民錫) 의원 "대통령 레임덕 방지해야"
서명의원들은 집단행동의 충정을 이해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절차의 정당성 역시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민주적 절차와 동지적 신의는 지켜져야 하며 대통령의 정당한 권위는 보호돼야 한다.
여론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총 소집을 요구하거나 지도부에 의사를 전달하는 절차없이 곧바로 당직을 던지는 것은 합리화하기 어렵다.
이런 방식으로 어느 시대, 어느 정당 지도부가 견디나. 이런 기강으로 어떻게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겠나. 조급증과 패배주의는 우리 당의 적이다.
▽중진파 장성원(張誠源) 의원 "당내 언로막혀 불신 초래"
당이 난국에 처해있으나 이것은 변화하고 바꾸면 타개할 수 있다. 우리의 과제는 정권 재창출이다. 이에 실패하면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이 모두 미완성교향곡이 될 수 있다.
당내 민주주의가 보장돼야 하지만 질서도 존중돼야 한다. 문제는 당내 언로가 경색돼 있다는 점이다.
인사 쇄신과 정책 교정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언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4역 주례보고 때 한 달에 한번쯤 최고위원들도 함께 청와대로 가도록 하자.
인사쇄신을 얘기하는데 투망식으로 싸잡아 해서는 안된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서 물어야 한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