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의원워크숍 기조발제 전문

  • 입력 2001년 6월 1일 11시 17분


오늘 우리 모두는 나라와 당을 생각하고 염려하는 충정을 갖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의 워크샵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하되, 상대의 의견도 존중하고, 최대다수의 공감에 기초한 발전적 결론을 도출해야 합니다.

법무장관 추천자 문책을 요구한 1차 성명, 인사쇄신을 요구한 2차 성명, 이를 지지한 정동영 최고위원과 몇 분의 의원님들께서는 이번 집단행동이 있기까지 상당한 고민을 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법무장관 인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간의 국정쇄신이나 지난 번의 당정 인사를 국민들이 미흡하게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여권이 뭔가 더 확실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서명파 의원들께서 반영하고자 했던 국민의 여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당은 서명의원들이 ‘쇄신의 필요성’을 제기한 충정을 이해하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저 역시 ‘쇄신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의 배경을 이해합니다.

우리 중의 누구도 현 정세의 어려움, 좋지 않은 민심, 여권 대오정비의 필요성, 아니 최소한 심기일전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명에 참여했건 아니건 우리는 모두 당의 진로를 놓고 깊게 고민해 왔습니다.

오늘 현재 우리는 1년 9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대통령 임기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국민이 바라는 당과 정부의 변화 방향은 무엇인가? 국민이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바로 이 것이 서명파 의원들께서 나름의 충정을 갖고 제기하고자 했던 문제의 본질이며, 그간 당의 운영책임을 맡아온 지도부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토론해야 할 첫 번째 주제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 우리의 첫 번째 결론이 변화와 쇄신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오늘 이후로 당이 구체적인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적당히 미봉하려 한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은 더 어려워질 것이며, 역으로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잘 간다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 변화와 쇄신의 목적과 방향과 내용입니다. 막연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분명한 원칙과 구체적 내용을 갖고 토론하고 반론해야 합니다.

우리는 친목단체가 아닌 정당이며, 야당이 아닌 집권당입니다. 집권당이 이토록 큰 파문에 휩싸이게 해놓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막연한 얘기만 한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것입니다. 또 변화와 쇄신은 누구를 탓하고 책임을 묻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 전체를 시야에 넣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근본적 자세를 변화시키고 쇄신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정국을 주도하며 지자제 및 대선 경선까지의 기간을 강력하고 공정하게 이끌 수 있도록 당의 중심을 강화해야 합니다. 당과 정부 및 청와대의 실질적 조율기능을 강화해서 임기후반의 정책혼선을 예방해야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개혁적이고 청신한 여권의 모습을 갖춰야 합니다. 누가 누구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의 인사와 중도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과 당이 바라는 변화와 쇄신의 방향이라고 믿습니다.

여기서 저는 오늘 우리가 토론해야 할 두 번째 주제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절차’의 문제입니다.

서명의원들께서는 집단행동의 충정을 이해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를 비본질적인 곁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불거진 소위 ‘대통령 면담약속’ 논란도 사소한 개인적 문제이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 정도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쇄신의 필요성’도 본질적 문제이지만, ‘절차의 정당성’ 문제 또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본질적 문제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서명의원들이 쇄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자신들의 충정을 이해해줄 것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절차의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의 충정 또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파문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의 정당성’ 문제는 단순한 형식적 문제가 아닌 또 하나의 엄청나게 중요한 본질적 문제입니다.

“당의 민주적 절차는 지켜져야 한다”, “동지들 간의 약속과 신의는 지켜져야 한다”, “우리 당의 총재이자 국정수반인 대통령의 정당한 권위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국민여론을 반영하는 것도 중대한 과제이지만, 레임덕의 방지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이것이 절차문제를 제기하는 본질적 배경입니다.

국정의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집권당의 당직자들이 공식적 회의를 통한 발언이나 의총의 소집 요구, 지도부 면담 및 건의를 거치지 않고 바로 언론과 국민을 향한 성명을 발표하고 더구나 당직을 던지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시대, 어느 정부, 어느 정당, 어느 지도부인들 견뎌내겠습니까? 이런 당의 기강을 갖고 어떻게 정권을 재창출하겠습니까?

또 대통령의 면담이 약속되고 성사되고 확인된 상황에서, 더구나 이를 전제로 하고 진행된 토론에서 더 이상의 추가행동은 유보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그것이 묵살된 채, 논의에 참가했던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획득하거나 통보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소수의 추가적인 집단행동이 단행된다면 어떻게 그 절차의 정당성이 합리화되겠습니까?

저는 이번에 대통령면담 약속전후, 2차 서명 논의과정 전후를 가장 가까이 에서 소상히 지켜본 입장에서, 또 이 과정에 한 두 사람이 아닌 복수의 의원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객관적 진실은 분명히 밝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명절차는 국민여론을 반영한다는 당초의 충정과 달리, 당의 기강과 총재의 권위를 훼손하고 흔든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점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국민의 여론을 직시하고 늘 스스로를 쇄신해나가야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절대로 다시는 이런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선 안 된다, 저는 이것이 오늘 우리가 내려야 할 두 번째 결론이라고 봅니다.

이제 저는 저의 발제를 마무리하면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째, 인사권은 대통령의 분명한 고유권한입니다.

당을 포함한 대통령의 보좌기구는 적임자를 추천하고, 시스템을 통해 검증하고, 문제가 있으면 적정한 절차에 의해 시정을 요청하고, 이 과정이 잘 돌아가지 않으면 그 전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 워크샵의 결론 또한 변화와 쇄신에 대한 우리의 지혜를 모으되 당의 총재에게 그 모든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둘 째, 당의 최고회의 등 지도부가 좀 더 민감하고 시의 적절하게 국민여론을 모아내고, 좀더 당당하게 당 기강의 해이를 지적하는 진정한 지도력과 책임성을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셋 째, 우리의 시야를 좀 더 넓혀 국정개혁의 과제를 늘 고뇌하고, 우리의 어려움을 빌미로 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옳지 못한 문제제기에 대해 보다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우리의 내분을 조장하는 그릇된 여론 조성에도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넷 째, 우리 모두 지나친 불안함이나 성급한 패배주의를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정세는 수시로 변하고 있습니다. 경기전망도 호전되고, 미국의 여소야대 상황발생으로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세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려움에서 기사회생하여 선거를 승리로 이끈 수많은 케이스를 알고 있으며 우리 또한 그런 기사회생과 정권교체의 주인공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성공하고, 좋은 후보를 만들어내고, 선거전략을 기가 막히게 구사하면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진정한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자신의 성급한 패배주의와 조급증, 무기력에서 오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진정 쇄신해야 할 또 하나의 대상은 우리 내부의 조급증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오늘의 워크삽이 당의 에너지와 지혜가 하나로 모아지는 자기반성과 통합, 발전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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