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남북경협 성과의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조동호(曺東昊) KDI 북한경제팀장은 이날 발제문을 통해 “유람선 운항횟수 축소, 인력감축 등 현대아산의 내부 구조조정으로 시장경제원칙에 따른 사업운영 가능성이 높아졌고 육로 관광길이 열린 만큼 현재로서는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수익성 문제가 해결된다면 현대아산이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육로관광이 본격화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개념에서 정부가 도로 개설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정부보조가 불가피하다면 명분이 없는 직접보조를 피하고 대신 ‘통일교육비용’ 형태로 이산가족과 청소년의 금강산 관광을 간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지원이 ‘일방적 퍼주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KDI측은 1998∼2000년의 대북지원 규모는 1억9249만달러, 같은 기간 정부차원의 지원액은 1억1788만달러로 1995∼1997년의 2억8408만달러, 2억6172만달러와 비교할 때 각각 3분의 2, 2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2000년 정부의 대북지원 규모는 국민총생산(GNP)의 0.017%, 정부예산 중 0.1%로 통일 이전 GNP의 0.07%를 동독 지원에 썼던 서독과 비교할 때 과도한 수준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현재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상설협의기구인 ‘경제공동위원회’로 전환할 것 △북한물품의 원산지증명서 사실여부 확인을 위한 창구설치 및 세관검사 완화 △물류비 절감을 위한 육상운송로 확보와 접경지역 물류창고 건설 △전화회선 및 연락사무소 설치 등 경협 활성화에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KDI는 △시험기(1989∼90년) △확대기(1991∼92년) △정체기(1993∼94년11월) △조정기(1994년11월∼97년12월) △시련기(1997년12월∼1999년) 등을 거친 남북경협은 2000년 이후 ‘도약준비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