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여야 '표결 으름장'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50분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18일 “밀월시대는 가고 여의도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드물게 정쟁을 자제했던 가뭄정국은 지나가고, 다시 정치권에 전운(戰雲)이 감돈다는 얘기였다.

한나라당은 북한상선 영해침투 사건과 관련해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공언함으로써 이미 선전포고를 한 셈.

한나라당은 27일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8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29일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맞불작전으로 대응할 방침. 즉 한나라당이 두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표결을 시도할 경우 그와 동시에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국회법 개정안 표결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양당은 특히 “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만 통과시킬 수 있다면 손해볼 것은 없다”며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또한 두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쉽게 제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한나라당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은 정 의원의 경우는 이미 재판기일 지정신청을 재판부에 낸 상태이고,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공동여당이 판을 깨는 위험까지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이들 안건과는 별개로 예정대로 해임건의안을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해임건의안이 표결까지 갈 경우 공동여당이 표결을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4월 임시국회에서 공동여당은 인권법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표대결을 벌인 결과 137(여) 대 136(야)으로 힘겹게 본회의를 통과시킨 적도 있다. 재적과반수인 137석은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의석수를 모두 합한 것. 따라서 이번에 단 1석의 반란만 있어도 전세는 역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앞으로 △돈세탁방지법 △민주유공자예우법 △인사청문회법 △사립학교법 △추경예산안 등 표대결이 불가피한 임시국회 안건들이 산적해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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