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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 또 이기주의 돈세탁 방지법 표류 |
▽민주당〓민주당은 법 제정 취지를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는다면 빨리 타협을 보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자금세탁방지 비협력국가(NCCT)’로 몰리는 상황을 피해보겠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민주당이 ‘본질적 부분’으로 여기는 것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최소한 국세청 등 다른 기관이 갖고 있는 계좌추적권 정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 한 관계자는 19일 “FIU에 계좌추적권을 주지 않으면 불법자금의 세탁을 막을 장치가 없어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법의 규제대상에 정치자금을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즉 이 법의 규제대상에 정치자금을 넣어도 좋고, 아니면 정치자금법에 자금세탁 금지와 처벌조항을 신설해도 좋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의 방침 번복을 전해듣고 ‘한나라당이 FIU의 계좌추적권을 최소화, FIU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19일 한나라당 총재단회의의 결론은 ‘정치자금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되 문제가 된 정치자금은 선관위에 통보토록 하고 선관위는 해당 정치인에게 10일 이내에 사후통보토록 하자’는 것.
즉 FIU는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세탁혐의가 있는 자금에 관한 정보를 통보받더라도 자체적으로 계좌추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관련 수사기관이나 조사기관에 바로 넘기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제1정조위원장인 최연희(崔鉛熙) 의원은 “금융실명제법상 계좌추적을 허용하는 경우는 법원의 영장이나 세무조사 등 극히 제한적일 뿐 그 이외는 전혀 허용이 안된다”며 FIU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여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계좌추적권이 자칫 야당의 돈줄을 죄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주변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연관짓는 얘기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FIU에 계좌추적권이 부여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우리가 반발하는 것은 FIU의 계좌추적권이 ‘야당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정훈·윤종구기자>jnghn@donga.com
▼FIU란▼
FIU는 금융정보분석원(financial intelligence unit)의 영문 약자. 이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조직폭력 마약 외화도피 등 범죄와 관련있는 자금이라고 의심되는 금융정보 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분석해 관련 기관에 제공하는 기능을 하는 기구이다.
FIU는 불법 금융 거래와 관련한 계좌를 추적할 수 있고 관련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으나 수사권은 없다. 업무의 중립성 및 독립성 확보를 위해 야당이 한때 위원회 형태의 조직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여야 합의로 재정경제부 산하에 두기로 했다.
FIU는 현재 미국 등 53개국에 설치돼 있으며 국제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