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유엔난민협약 체결(1951년) 반세기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제1회 세계 난민의 날. 피난민에 대한 국제적인 보호와 재정착을 담당하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난민 지원체제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며 “각국 정부는 망명 원칙을 새롭게 다짐하고 난민 지원 자금을 더 많이 내달라”고 촉구했다.
▽세계 난민실태〓UNHCR에 따르면 2001년 현재 세계 난민 수는 2110여만명. 가장 규모가 큰 난민은 팔레스타인인들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320만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려온 아프가니스탄은 인구의 10%인 265만명이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과 유럽 각국으로 이주했다.
1950년대까지 1500여만명에 그쳤던 난민 수는 동유럽과 아프리카의 내전으로 2700만명(1995년)까지 늘어났다가 한때 감소했으나 99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다. 세계 난민의 65%인 1370만명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떠돌고 있으며 매년 30여만명이 유럽을 찾는다.
파키스탄은 수용능력 한계를 이유로 지난해 겨울 이후 유입된 아프가니스탄 난민 중 대부분인 3만여명을 추방할 계획이며 난민촌 일부에 대한 폐쇄작업을 20일 시작했다. 올 들어 내전이 격화된 마케도니아는 2월부터 4만명의 난민이 발생, ‘난민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난민 수는 늘어나지만 UNHCR의 올 예산은 8억1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억달러가 줄었다. UNHCR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자금난에 직면,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중남미 지역의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난민의 날 행사〓유엔은 20일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기념식을 갖고 엘리스 섬에서 난민사진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곳은 1892∼1954년까지 ‘기회의 땅’을 찾아온 1200만명의 이민자들이 수속을 밟은 곳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곳. UNHCR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선 난민과 비정부기구(NGO), 학자, 정치인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기념식과 각종 행사가 열렸다. 이탈리아 출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아프간 난민 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인도주의상’을 수상했으며 루드 러버스 UNHCR 고등판무관은 ‘난민 여성 50명과의 대화’를 직접 개최했다.
▽탈북자 난민 지위〓중국 대륙을 떠도는 탈북자들은 3만∼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 3성을 떠돌고 있으며, 일부는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로 흘러들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이들에 대해 방관해 왔으나 올 들어 국경수비를 강화하는 등 단속에 나섰다.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공식 입장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넘어온 불법 월경자라는 것. 물론 북한을 의식한 태도다. 중국에 장기 체류하며 강도나 절도 행위를 하는 탈북자들이 늘자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난민위원회(USCR)는 최근 중국이 유엔난민협약 서명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탈북자 송환협정(1987년)을 체결했으며 1999년부터 탈북자를 ‘식량 유민’으로 규정, 마구잡이로 강제송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작년 한 해 송환자는 총 6000여명으로 이들은 대부분 수용소에 수감되는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중국에는 단 한 곳의 난민수용소도 없어 탈북자들의 비참한 탈주가 계속되고 있다.
<이종훈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