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상선이 영해를 침범했던 2일 국방부 장 차관과 합참의장 및 3군 총장들이 모두 골프를 친 데 대해 한나라당은 당사자들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선 반면, 여권은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며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22일 “이들 군 수뇌부는 군을 지휘할 능력과 자격, 도덕성이 없음이 드러났다”며 “직무를 유기하고 국민을 배신한 자들은 해임한 후 철저히 수사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논평에서 “골프도 좋고 운동도 좋지만 국가 안보를 책임진 군 수뇌부가 비상상황에서 골프를 치고 지휘통제실로 곧장 복귀하지 않은 망동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힐난했다.
이에 반해 여권은 조심스러운 태도다. 정부는 일단 방미 중인 김동신(金東信)국방부장관이 귀국하는 대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고 이에 기초해 문제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에선 “북한상선의 영해 침범 당시 군의 상황 대처에 잘못이 없는 만큼 골프를 했다는 사실을 새삼 문제삼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영해 침범에 소극 대응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 파문이 불거져 비판 여론이 상승하고 있지만 골프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군 수뇌부에 대한 비판론도 없지 않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당4역회의 뒤 “국가 안보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 상항에서 국민이 우려를 제기하게 행동한 데 대해 자성해 주기 바란다”고 군 수뇌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조사 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사치아닌 영내대기 형태…軍 "이렇게 매도 할수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3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북한상선이 영해를 처음 침범한 2일 일제히 골프를 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군의 분위기가 흉흉하게 돌아가고 있다.
군 골프를 민간사회 통념의 잣대로만 봐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군에선 골프가 ‘영내 대기 겸 체력 단련’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과 떨어져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군인들에겐 골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비상대기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군 골프장은 1인당 요금이 몇 천원에서 많아야 2만원 수준이어서 군인으로서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
이러다 보니 일부 장성은 “그래 나도 그날(2일) 골프 쳤소”라고 스스로 밝히고 나서는 분위기마저 있다.
한 관계자는 “전국에 군 골프장이 26개인데 그날 골프 친 장교들만 따져도 족히 1000명은 넘을 것”이라고 전하고 “정치권과 언론의 비난대로라면 그날 골프를 친 장교들도 모두 직위와 직급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2일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 때도 군으로선 할 일을 다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 이날 저녁 7시반까지는 초기대응단계로 위기상황이 아니었고 이후 위기조치반이 가동된 뒤에는 군 수뇌부가 골프를 중지하고 작전지휘 및 상황대기에 들어갔다는 것.
조영길(曺永吉) 합참의장이 공관에서 작전을 지휘한 데 대해서도 군 관계자들은 “공관은 모든 지휘통신시설이 갖춰진 지휘소”라고 항변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