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가족 입국 파장있나]남북관계 악영향 없을 듯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45분


장길수군 일가족의 서울행은 남북 및 북-중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낳았지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측은 지난달 29일 “이 사건은 철두철미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음모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으나 “북남화해를 달가워하지 않는 남조선의 불순세력들과 정보요원들의 비열한 책동”이라며 비난의 초점을 한정했다.

이번 사건을 남한당국의 책임과 분리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외무성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을 취했고 △북측의 반응이 대외 및 대남용인 조선중앙통신 및 평양방송을 통해 보도됐으며 △종전 탈북자 사건에 대해 북측이 쓰던 ‘범죄인’ ‘인간쓰레기’ 등 극단적인 표현을 찾아볼 수 없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이 사건에 직접 나선 것도 아니고 중국 정부와 UNHCR이 직접 협의해서 해결했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2일에는 현대측이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미지불 관광대가 2200만달러(약 290억원)를 보낼 예정이기 때문에 남북대화가 열릴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측이 “그들의 최종 목적지가 어딘가를 주시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들어 남북관계 진전상황에 따라 이 문제가 돌출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그동안의 탈북자 처리원칙과 달리 길수군 가족을 ‘제3국 추방’ 형식으로 서울로 보냈지만 북-중관계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은 길수군 가족이 지난달 29일 중국을 떠날 때까지 함구하다가 제3국에 도착하자 비로소 외무성 대변인 기자회견을 내놓는 등 양측이 서로 긴밀히 협의한 듯한 대목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과 중국이 사건 처리과정에서 의견을 충분히 교환한 것으로 안다”며 “양측이 서로간의 입장을 배려한 느낌이 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북한과 중국이 향후 중국내 탈북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탈북자문제 처리가 경색되는 쪽으로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탈북자와 관련해 중국내에서 활동중인 비정부기구(NGO)나 종교단체 등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탈북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한-중관계에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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