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공통점]"비판언론 제동" 한결같이 제안

  • 입력 2001년 7월 2일 19시 05분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 조사 및 공정위 조사에 이은 검찰 고발 등 일련의 작업이 여권 내부의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여야 간에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여권이 대선 직후부터 언론공작을 기획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98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새 정부 언론정책 추진계획’ 등 일련의 언론문건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들 문건은 출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이번 세무조사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권이나 여권 주변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폭로되거나 공개된 언론문건은 모두 6건. 어느 문건도 여권의 사전 각본설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증거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이들 문건의 내용 중에 일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타깃은 비판적 신문〓6개 문건은 언론에 대한 상황 인식이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일관된 공통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이들 문건은 ‘비판적 신문에 대한 제동의 필요성’을 한결같이 제안하고 있다.

98년 2월 작성된 ‘새 정부 언론정책 추진계획’ 문건은 강력한 야당지 출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97년 대선에서 특정후보 편들기 의혹을 받았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지목했다.

99년 6월 작성된 ‘성공적 개혁추진을 위한 외부환경 정비방안’ 문건 역시 “동아 조선 중앙 3개 신문사가 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난해 작성된 ‘최근 언론논조 분석’ 문건은 “동아 조선 중앙 문화 등 4개 신문의 비판 수위가 위험한 상황에 도달해 있으며, 효율적 국정 운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들 신문을 ‘비판 카르텔’이라고 표현했다.

이 점에서 이들 문건은 언론개혁을 주장하면서도 그 동기가 순수하지 못함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언론이 정권에 비판적인가 아닌가’에서 찾고 있으며 일부 비판적 신문에 대한 통제를 언론개혁과 동일시하고 있다.

▽99년 문건이 교본?〓6개 문건 중 특히 99년 언론장악문건은 “‘빅3’를 비롯한 언론사의 최대 취약점은 세금포탈 부분이므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 언론의 제도적 개혁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 “충격 요법으로 문제가 가장 심각한 언론사 사주 또는 고위간부를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무조사에서부터 공정위 조사,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와 가장 유사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작성된 논조분석 문건 역시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정공법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혀 유사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집권 직후인 98년 초의 문건들은 △부가가치세 면세와 같은 특혜 폐지 △신문공동판매제 도입 △재벌 족벌의 소유지분 제한 △언론의 독과점 해소 등 제도 개선을 통한 접근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집권 초기에는 개혁 추진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법 개정 등으로 추진이 가능한 방안을 내놓는 데 그친 것 같다”며 “그러나 옷로비의혹사건 등으로 국정운영이 난조에 빠졌고, 언론의 비판수위도 높아지자 99년 문건으로 대표할 수 있는 강경대응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권의 반박〓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주간 내일신문이 98년 4월 보도했던 2개 문건에 대해 “현 정부 출범 직전 당시 공보처의 일부 직원들이 작성해 대통령직 인수위에 있는 한 여권 인사에게 전달됐으나 무시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99년 문건에 대해선 “문일현(文日鉉) 전 중앙일보 기자가 개인적으로 참고하라며 이종찬(李鍾贊) 전국가정보원장에게 건넨 문건”이며 올 2월 주간 시사저널이 폭로한 3개 문건에 대해선 “정체불명의 습작 문건”이라고 일축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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