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명 서해안 밀입국]국정원 첩보능력도 문제

  • 입력 2001년 7월 2일 19시 13분


북한 동포와 조선족 등 108명이 지난달 29일 서해안으로 밀입국한 뒤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잠적한 사건은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밀입국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이 사건은 영해와 해안 경비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관계자들의 문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라고 밝힌 김홍균씨(37) 한 명을 상대로 경찰 국가정보원 등과 함께 조사를 벌이고 있는 군 당국은 “김씨 진술이 맞다고 가정할 때 이들은 군이 입출항을 통제하는 시간을 피해 정상적인 항로를 통해 밀입국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훈령인 ‘통합방위지침’에 따르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모든 항구의 입출항은 군이 담당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해양경찰청 어선신고서에서 담당한다는 것.

이에 따라 군 레이더에 포착되더라도 정상항로를 따라 이동할 경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해경 담당 시간에 접안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 접안 시간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군 당국도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의 밀입국 첩보 수집 능력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족 동포들의 밀입국은 그 첩보가 미리 입수돼 입항하기 전 적발되는게 대부분이나 이번에는 관련 첩보를 전혀 입수하지 못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입국 시간과 수법, 그리고 국내에서의 잠적 경위 등을 볼 때 중국의 밀입국 전문조직과 국내 조직이 연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밀입국 경위와 인원 파악에 나서는 한편 뒤늦게 충남 서해안에 대한 검문검색과 빈집 수색 등을 강화하고 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다.

100명이 넘는 밀입국자들이 원양을 담당하는 해군과 연근해 및 해안을 각각 책임지는 해경과 군의 경계를 모두 뚫고 버젓이 서해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당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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