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항소심 7명중 2명 의원직 상실 위기

  • 입력 2001년 7월 3일 18시 36분


서울고법은 3일 현역의원 7명과 관련한 선거법위반사건 선고공판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인지 ‘용납 가능한 경미하고 관행적 범죄’인지를 형량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비난가능성이 높은 전자는 의원직 박탈이 마땅하지만 후자의 경우 의원직 박탈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지난해 3월 선거범죄 전담 법관들이 중론을 모아 천명한 ‘선거사범 엄정 처리’의 원칙을 스스로 후퇴시킨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판단 기준〓재판부는 우선 기소된 정치인들이 선거법을 위반하고도 적발되지 않은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 “법원은 기소된 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해서만 재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선거법 위반 정치인의 유죄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당선 무효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비록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재판부로서는 사건의 경중에 따라 당선무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사건의 경중을 가리는 기준으로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심하게 규제해야 하는 행위를 저질렀는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인지 △시민이 용납할 만한 관행인지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여러 차례 선거운동원 등에게 3247만원을 돌린 민주당 장성민(張誠珉) 의원의 사무장에게 ‘돈 선거’를 했다며 의원자격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했다.

반면 10만원을 기부한 행위(한나라당 신현태·申鉉泰의원)나 노인정에 귤 15상자를 돌린 행위(민주당 이호웅·李浩雄의원), 선거 당일 33명의 유권자에게 인사한 행위(민주당 장영신·張英信의원), 명함배포행위 등은 용납할 만하다고 밝혔다.

▽논란과 전망〓지난해 3월 대법원이 주최한 선거범죄전담 재판장회의에서 판사들은 “정치인의 선거법 위반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시 회의에서는 항소심에서 1심 형량을 낮춰 벌금 80만원을 선고하는 등의 과거 ‘봐주기’ 판결들이 반성의 대상이 됐다.

이에 비춰볼 때 3일 서울고법이 1심에서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받은 의원 3명에게 80만원씩으로 깎은 것은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 관계자는 “명함배포 행위 금지조항은 폐지가 논의중이고 전반적으로 과거 같으면 기소도 되지 않았을 사안이 재판에 넘겨졌다”며 “일반론적으로 법관 개개인이 독립기관인 이상 대법원이 재판에 대한 특정 방침을 발표할 수 없고 이에 따를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서울고법에 항소되는 유사 사건은 같은 기준에 따라 처리될 전망이다. 따라서 1심 판결과 달리 의원직 유지라는 ‘혜택’을 받는 정치인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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