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가 반부패운동 추진…420개 행정개혁과제 선정

정부는 4일 21세기 선진권 진입과 사회통합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부패 방지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보고 시민단체 및 언론기관과 협조해 범 국가적인 반부패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 검찰 등 사정기관의 반부패 활동을 강화해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서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사법처리하고 비리로 면직된 공무원의 관련분야 취업도 부패방지법에 따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또 자금세탁방지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대로 부패자금을 은닉, 세탁하는 행위를 엄벌하고 해당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적해 몰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와 43개 중앙행정부처 기관장, 경제계, 노동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깨끗한 정부 구현(Clean Korea 21)을 위한 부패방지 대책 보고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부처별로 부패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비현실적 기준의 합리화, 공정경쟁 여건 보장, 시민단체와의 합동단속 강화 등 420개 행정개혁과제를 설정해 철저히 시행하기로 하고 올 하반기에 관계부처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이를 종합 점검하기로 했다.

부패방지위한 부처별 주요 행정개혁 과제
부패방지위한 부처별 주요 행정개혁 과제
환경부	-시민단체 요청시 오염시설에 대한 민관 합동단속을 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
건설교통부	-최저가 낙찰제를 1000억원 이상 공사에 확대 시행 -이중계약서 작성 수급인에 대한 처벌 강화로 하도급 비리 개선
국세청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로 과표현실화 추진
경찰청	-음주단속 현장에 비정부기구(NGO) 대학생 등 참여시켜 부조리 요인 제거
교육인적자원부	-학교 내의 학부모회 및 비공식모임을 학교운영위원회의 산하단체화 추진 -사학 운영 비리 등과 관련된 임원 및 학교장의 복귀 제한 강화
행정자치부	-주민감사청구를 쉽게 할 수 있게 요건을 하향 조정하도록 조례 개정 권고
보건복지부	-의약품 거래를 전자거래로 전환해 유통 거래의 투명화를 유도
기획예산처	-예산 손실 초래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시민 제보 및 시정 요구권 강화
조달청	-모든 조달업무 처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
재정경제부	-입찰 실시 후 모든 입찰자의 입찰 자격을 인터넷에 공개
통일부	-북한 물품 반출 반입시 승인기간 단축
법무부	-변호사 수임 비리 및 민원사무 관련 급행료 등에 대한 집중 단속
정보통신부	-이동전화 약관 중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 개선
관세청	-서류 없는 수입통관 확대(12%→30%) 등 전자관세청 구현
병무청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입영 일자 및 입영 부대 직접 선택 -징병검사 전과정을 완전 전산화해 그 결과 실시간 공개 -‘중앙신체검사소’를 설치해 면제대상자 등에 대한 재검 실시(판정 2심제)

특히 올해 말까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정도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청렴도 지수’를 개발해 내년부터 모든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정례적인 평가를 벌이는 등 공직부패 방지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병무청은 이날 병무비리 근절을 위해 내년부터 징병검사 결과 5, 6등급을 받은 사람은 병역면제가 최종 결정되기 전에 중앙신체검사소에서 재검사를 받도록 하는 ‘병역면제 판정 2심제’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했다. 김 대통령은 회의에서 “공무원, 기업, 서비스, 정부는 세계와 경쟁한다”며 “다른 나라는 부패 없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만 (부패의) 사슬에 묶여 있으면 낙오하고 만다”고 말했다.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과거 한국에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정부의 힘있는 사람을 알아야 했는데 요즘은 법과 규정, 절차를 잘 지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평판을 (한국이) 얻게 됐다”며 “계속 (사회의) 투명성을 세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