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정치권 반응]"어떻게 만든 과반수인데…"

  • 입력 2001년 7월 13일 18시 54분


대법원이 13일 원철희(元喆喜·자민련) 의원의 농협비자금사건은 파기환송하고, 16대 총선 서울 구로을 선거에 대해서는 선거무효 판결을 내린 데 대한 여야 3당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이날 원 의원 소식에 환호하다 불과 20여분 뒤 구로을 선거무효 판결로 당 소속 장영신(張英信)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는 비보에 표정이 굳어졌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깜짝 놀랐다. 안타깝다”고 침통해했다.

한 당직자는 “어떻게 만든 과반수 의석인데 한 석을 잃게 됐다”며 “여 3당이 딱 재적과반수(136석)인 상태에서 국회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식 반응만큼은 차분하게 내보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장 의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나 우리는 사법부의 판단은 어떤 경우든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오늘 2건의 판결 내용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논평했다. 그는 원 의원 판결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신당동 자택에서 대법원 판결을 보고 받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늘 그렇지만 세상이 다시 한번 고맙게 느껴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희(李良熙) 사무총장은 “결과가 잘 나와 다행”이라고 반겼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아직도 이 나라가 법치국가로 법의 정의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입증한 것”이라며 “장 의원이 선거무효 판결을 받은 것만 봐도 재판에 어떤 정치적 작용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구로을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반기면서도 원 의원에 대한 판결 결과에 대해서는 “더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구로을 선거무효 판결에 대해 “불과 10여명의 위장전입을 문제삼았던 동대문을의 전례를 봐도 수천명의 애경직원을 위장전입시킨 구로을의 선거무효 판정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원 의원 사건과 관련, “의아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체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등법원의 재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성원·선대인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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